책을 되새김질하다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대빈창 2022. 1. 12. 07:05

 

책이름 :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지은이 : 황교익

펴낸곳 : 김영사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을 처음 만난 책은 문고판 세트로 나온 『미각의 제국』·『한국음식문화박물지』(따비, 2016) 이었다. 이어 『허기진 도시의 밭은 식탐』(따비, 2017),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지식너머, 2019), 『수다쟁이 미식가를 위한 한국음식 안내서』(시공사, 2020)를 잡았다. 음식에서 시대와 인간을 길어 올렸던 황교익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서 감명을 받았다. 문화인류학자는 말했다. “음식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사람을 보라. 그 사람들이 사는 자연과 사회를 보라.” 새로 나온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2021)는 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인생을 살아가는 법에 대한 격려와 조언을 담았다.

책은 연대기에 맞추어 유년기부터 현재까지 저자가 살아왔던 삶을 담았다. 가난한 노동자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그의 삶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인간 자존은 각자 자기한테 주어진 삶을 긍정하는 것에서부터 얻어지며, 그 자존이 없으면 인생은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다가 누구의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 채 끝난다.”(17쪽) 그는 2년만 다니자고 했던 〈농민신문사〉를 12년 동안 다니다가 마흔 나이에 그만 두었다. 편한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15 - 20년 후에 정년퇴직하면, 내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룬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주변의 누구에게도 이 일에 대해 묻지 않았다. 혼자 결정했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의식이 또렷해졌다. 아래는 '황교익의 10계명'이다.

 

하나, 세상은 불공정하다.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깨부수지 못하면 탓하지 마라.

둘, 미래에 각광받는 직업을 피하라. 이미 늦었다.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직업을 찾으라.

셋, 부모, 친구, 연인이 반대하면 그 길이 맞다. 그 길로 가라.

넷, 내 손에 쥔 것은 원래 내 것이 아니다. 집착하지 마라. 손을 놓으라.

다섯, 10년 동안 한 가지에 몰두하라. 실패해도 아쉬울 것 없다. 그 경험이 새 길을 열어준다.

여섯, 글쟁이가 되려면 ‘가갸거겨’부터 배우라. 식당을 하려면 청소부터 익히라. 뿌리가 없으면 꽃도 열매도 없이 말라 죽는다.

일곱, 우군이 열이면 적군도 열이다. 만인에게 사랑 받으려고 하지 마라.

여덟,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배반하지 마라. 신념을 지켜라.

아홉, 부당하면 싸우라. 져도 된다. 크게 싸우고 당당하게 져라. 그래야 다음에 이긴다.

열, 행복은 미래에 쟁취할 성과가 아니다. 불행은 행복한 상태를 모른다는 뜻이다. 당신은 살아 있는가. 그러면 행복한 상태이다.

 

“어떻게든 먹고는 산다. 너무 애쓰지 마라” 취업을 앞두고 고민하는 외손자 황교익에게 외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외할머니는 30대에 혼자가 되셨다. 3남1녀 네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당신의 손은 항상 물에 불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외할머니는 평생을 힘들고 험하게 사셨다. 늙어서도 온갖 일을 다하셨다. 그 고생을 뻔히 알고 있는 당신께서 외손자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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