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대빈창 2022. 1. 14. 07:30

 

책이름 : 세종의 뼈 가우디의 허리

지은이 : 이지환

펴낸곳 : 부키

 

눈길을 끄는 표제 『세종의 뼈 가우디의 허리』는 정형외과 전문의 이지환(1988 - )의 의학, 역사, 추리를 아우른 교양서였다.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10명의 질병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언어학자 세종(1397 - 1450) /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 - 1926) / 소설가 도스토옙스키(1821 - 1881) / 작곡가 모차르트(1756 - 1791) / 화가 로트레크(1864 - 1901) / 철학자 니체(1844 - 1900) / 화가 클로드 모네(1840 - 1926) / 화가 프리다 칼로(1907 - 1954) / 과학자 마리 퀴리(1867 - 1934) / 가수 밥 말리(1945 - 1981)

 

저자는 말했다. “의학은 한 편의 추리다. 통증이라는 사건을 안긴 가해자인 질병을 탐정처럼 수색해 나간다.” 그는 추리를 위한 단서로 당시의 의학 수준, 시대상, 역사 문헌, 일기, 초상화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천상의 건축가 가우디가 지은 건물 7채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됐다. 매해 2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가우디의 유산을 보러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았다. 그런데 가우디는 왜 해골 집을 지었을까? 가우디는 어렸을 적부터 관절염을 앓아 인체와 뼈에 관심이 많았다. 가우디를 죽음으로 몰고 간 관절염은 '소아기 특발성 관점염'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철저한 그리스 정교 신자였던 세계적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지독한 도박꾼이었다. 독일의 비스바덴 쿠어하우스 카지노는 그의 흉상까지 세웠다. 대문호의 '강직성 간대성 발작'은 도박에 취약했다. 흥분성 신경 전달 물질이 도박중독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음악신동 모차르트의 요절을, 암스테르담 및 빈 의과대학 연구팀의 역학조사를 훑은 저자는 '연쇄구균 감염 후 사구체신염'으로 진단했다. 사망 전에 보인 고열과 부풀어 오른 몸과 심각한 허리 통증 증상이 이를 가리켰다. 물랭 루주의 천재 화가 로트레크는 왜 난장이가 되었을까. 화가의 질병은 '피크노디소스토시스'로 100만명당 1명 이하의 유병율을 보이는 열성 유전 희귀 질환이었다. 근친혼을 하는 귀족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난 로트레크는 37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실존 철학의 선구자 니체는 온화한 성격의 철학자였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괴팍하고 폭력적으로 변해 친구의 손에 의해 정신 병원에 입원했다. 전두엽이나 전두측엽에 똬리를 틀고 천천히 자라는 '뇌종양'은 니체의 두통과 안구 이상을 명쾌하게 설명했다. 인상파의 거장 모네는 말년으로 가면서 화풍이 추상화로 변했다. 이는 '백내장' 때문이었다. 증세가 심해지면서 그림은 색과 형태를 잃어갔다. 빛의 화가는 1923년 백내장 수술을 받고 이전의 화풍을 되찾았다. 프리다 칼로는 왜 수많은 자화상을 그렸을까. 6세가 된 프리다는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오른쪽 다리가 망가졌다. 18세의 끔찍한 교통사고로 온 몸이 망신창이가 되어 침대에 누워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마리 퀴리는 1903년 남편 피에리와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1911년 딸 이렌 퀴리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녀는 역사상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이며 최초로 두 번 노벨상을 받은 인물이었다. 오랜 시간 라듐을 연구하고 지독히 많은 X선에 노출되었던 그녀는 1934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는 암 치료 시기를 놓쳐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레게 영웅의 몸에 침범한 암은 오른쪽 엄지발가락 '말단흑색점흑색종'이었다. 손이나 발가락 같은 신체 말단에 까만 점 모양 병변이 생기는 피부암이었다. 말리는 암 수술을 거부했다. 그는 신체 훼손을 금지하는 종교 '라스타파리'의 독실한 신자로 일명, '라스타맨' 이었다.

조선 최고의 성군이자 천재였던 세종의 ‘운동을 게을리하고 고기를 좋아해 비만이 된 왕’이라는 오명을 벗기기 위해 저자는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세종실록」의 49,646,667개의 글자를 분석했다. 50회에 걸쳐 언급되는 왕의 통증을 종류별, 나이별로 분류했다. 세종의 유리처럼 깨지기 쉽고 대나무처럼 뻣뻣한 허리와 간헐적으로 급습하는 눈 통증을 발생시키는 단 하나의 질병을 찾아냈다.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세종의 허리 증세에 대해 다룬 논문은 2020년 10월 SCI급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류마틱 디지즈'에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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