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케스 - 매와 소년

대빈창 2022. 1. 21. 07:30

 

책이름 : 케스 -  매와 소년

지은이 : 배리 하인즈

옮긴이 : 김태언

펴낸곳 : 녹색평론사

 

소설은 영국 요크셔 지방 광산촌에 사는 십대 소년 빌리 카스퍼의 하루를 그렸다. 빌리는 엄마와 배다른 형 쥬드와 함께 공영주택지에 사는 결손가정의 가난한 소년이다. 동료와 바람을 피우는 아내를 보다 못해 아버지는 집을 나갔다. ‘홀로 된 어머니는 온 도시의 남정네를 집으로 끌어들였다.’(107쪽) 엄마는 남자관계가 어지러웠다. 덩치가 큰 배다른 형 쥬드는 빌리를 괴롭히는 재미로 세상을 살았다. 빌리 몫의 우유를 마셔버리고, 동생의 자전거를 타고나갔다. 빌리는 뛰어다니면서 아침 신문을 배달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엄마의 구박과 형의 괴롭힘에 시달리는 빌리는 몸이 왜소했다. 학교에 가면 선생의 잔소리와 매질과 급우들의 학대에 시달렸다. 천덕꾸러기 빌리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케스와의 우정에서 나왔다. ‘적갈색 얼룩무늬의 가슴, 등과 날개에는 짙은 가로무늬, 끝이 뾰족한 날개가 엉치와 줄무늬진 꼬리 위에 모여’(26쪽)있는 폐허 수도원 담벽 둥지의 새매 새끼를 손에 넣었다. 서점에서 훔친 조류관련서를 보며 케스를 헛간에서 키우고 훈련시켰다. 케스는 빌리의 손에 훈련되었지만 야성을 그대로 몸에 지녔다. 가정과 학교에서 구박과 조롱과 학대에 시달렸지만 빌리는 비굴하지 않았다. 케스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빌리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쥬드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빌리에게 돈을 주고, 마권 사는 심부름을 시켰다. 빌리는 그 돈으로 감자튀김을 사먹고, 케스의 먹이 쇠고기를 구입했다. 하필 형이 점찍었던 말이 우승했다. 대박 꿈이 물거품이 된 쥬드는 화풀이로 케스를 죽여 쓰레기통에 버렸다. 케스를 잃은 슬픔으로 빌리는 그날 밤 온거리를 헤매고 다니며 속울음을 쏟아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빌리는 케스를 헛간 뒤 들판에 묻어주고 잠자리에 들었다.

소설은 영국의 대표적 좌파 영화감독 켄 로치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켄 로치는 노동자 계급 및 사회주의 주제를 다룬 작품 세계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등 세계 인권 투쟁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2016년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그에게 두 번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주었다. 후원하는 『녹색평론』 독자부에서 메시지가 왔다. 후원자에게 단행본은 1권, 문고판은 2권을 증정했다. 나는 케스 -  매와 소년을 선했다. 책술에 ‘贈呈’이라는 검은 잉크가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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