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픽션들

대빈창 2022. 7. 27. 07:00

 

책이름 : 픽션들

지은이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옮긴이 : 황병하

펴낸곳 : 민음사

 

보르헤스 전집 2 - 1판 1쇄 1994년 9월 / 1판 21쇄 2004년 7월. 인상적인 표지는 박상순·김황의 작품이었었다. 화가·시인 박상순은 낯이 익었지만, 나에게 김황은 낯설었다. 보르헤스를 상징하는 대표작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이 실린 보르헤스 전집 2는 명성에 걸맞게 가장 않은 판쇄를 찍었다. 나는 2권도 |서문|과 |작품 해설|을 먼저 읽었다.

환상적 리얼리즘과 추리소설 기법으로 풀어내는 보르헤스의 문학에서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루어낸 것은 2권 『픽션들』과 3권 『알렙』이라고 문학평론가들은 입을 모았다. 『픽션들』은 1부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의 8편의 단편소설, 2부 ‘기교들’의 9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었다. 1·2부에 각각 서문이 붙어 있었다. 보르헤스 전접 2의 소설들은 〈문학이론〉을 소설화시킨 작품과 〈형이상학적 주제〉를 소설적으로 형상화시킨 두 범주의 유형으로 나누어졌다.

1부의 「알모따심에로의 접근」은 한 순례자가 또 다른 순례자를 찾아다니는 끊임없는 순환적 추적을 그렸다. 『불한당들의 세계사』의 작품들이 기존에 있는 작품들을 재구성한 반면, 이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작품을 재구성하는 형식을 취했다. 보르헤스의 여러 기법들 중 하나로 전혀 실존하지 않는 작품의 주석을 달아 마치 실존하고 있는 작품처럼 만드는 〈가짜 주석〉 기법이었다.

기호학(어떠한 의미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것에 대한 학문) , 상호텍스트성, 해체주의(종래의 로고스 중심주의적인 철학을 근원적으로 비판하는 포스트 구조주의의 철학 이론), 환상적 사실주의(현실적 배경에 마법 같은 초현실적 요소가 들어 있는 것을 이르는말), 독자반응이론(독자가 능동적으로 의미를 구성한다는 관점), 마술적 사실주의, 후기구조주의(後期構造主義, 구조의 역사성과 상대성을 강조하는 이론적 경향), 포스트모더니즘(탈근대주의)과 20세기 후반 서구의 본체를 결정짖는 충격적인 패러다임들이 모두 보르헤스로부터 나왔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년)는 장편소설은 한 편도 없고, 단편소설에 매달렸다. 보르헤스가 짧은 소설과 정형시를 즐겨 썼던 이유는 거의 장님에 가까운 시력으로, 글을 암기하면서 교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르헤스는 유전적 요인으로 30세부터 시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그는 페론 정권이 붕괴하자 국립도서관장으로 임명되었다. 하지만 이 해에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도서관의 90만권의 장서가 있지만 보르헤스에게 책 표지와 등을 판독할 시력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보르헤스는 시로 썼다. 마지막은 「축복의 시」1·2·3연이다.

 

누구도 눈물이나 비난쯤으로 깎아 내리지 말기를 /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 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 / 그 오묘함에 대한 나의 심경을 // 신은 빛을 잃은 이 눈을 / 책들의 도시의 주인으로 만들었네 / 꿈들의 도서관에서 새벽이 건네는 / 촛점 잃은 구절들밖에 읽을 수 없는 이 눈을 // 낮은 헛되이 끝없는 책들을 / 이 두 눈에 선사하네 / 알렉산드리아에서 소멸된 필사본들처럼 / 읽기 힘들 책들을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 공선  (2) 2022.07.29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0) 2022.07.28
불한당들의 세계사  (0) 2022.07.26
아무도 하지 못한 말  (0) 2022.07.22
멍키스패너  (0)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