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게 공선
지은이 : 고바야시 다키지
옮긴이 : 양희진
펴낸곳 : 문파랑
고바야시 다키지(小林 多喜, 1903-1933년)는 1903. 10. 13. 아키타 현에서 가난한 농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유년시절 홋카이도 백부의 공장에서 일하며 공부했다. 1928년 『1928년 3월 15일』을 NAPF(일본프롤레타리아작가동맹)의 기관지 《전기戰旗》에 발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1929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게 공선』은 자본주의 착취구조를 드러내고 노동자의 자각과 투쟁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1933. 2. 20. 스파이의 밀고로 아카사카에서 특고경찰에 체포되어 가혹한 고문으로 스물아홉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중국의 문호 루쉰은 고바야시 다키지의 죽음을 기려 전보를 보냈다. “일본과 중국의 대중은 원래 형제다. 자산계급은 대중을 속이고 그 피로 경계선을 그었다. 그리고 계속 긋고 있다. 하지만 무산계급과 그 선도자들은 피로 그것을 씻어낸다. 동지 고바야시의 죽음은 그것을 실증하는 한 예다.”
2008년 일본 출판계는 『게 공선』의 돌풍으로 센세이션에 휘말렸다. 1970-80년대의 일본 20대가 ‘고도성장’ 세대라면, 1990-2000년대는 ‘취업빙하기’ 세대였다. 일본은 엔고 현상과 세계경제 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적자에 시달렸고, 대규모 감원사태를 맞았다. 200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일본경제는 악화되었다. 일본의 현재 비정규직 비율은 37%였다. 격차사회, 노동빈곤층이라 불리는 일본 젊은 층은 ‘게 공선’의 자본주의적 착취에 공감했다.
“어이, 지옥으로 가는 거야!”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걸작 『게 공선』의 첫 문장이다. 소설은 홋카이도의 항구 하코다테에서 삼천 톤 급 '게 공선(蟹工船)' 하쓰코號가 출항하면서 시작되었다. 게 공선들은 하나같이 이십년이 넘은 버려진 병원선이나 운송선을 개조한 낡은 배였다. "게 공선은 ‘공장선’으로 ‘선박’이 아니었다. 그래서 ‘항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배가 아닌 순수한 ‘공장’이었다. 하지만 ‘공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15쪽) 게 공선은 먼 바다로 나아가서 게를 잡아 통조림을 가공하는 설비를 갖춘 어선을 가리켰다.
게 공선 하쓰코호는 소비에트령 캄차카 영해에서 구축함의 경비아래 게를 잡고 가공했다. 400여명의 뱃사람들은 하코다테 빈민굴 출신의 소년들, 중개인한테 속아 배를 탄 도쿄에서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농사꾼, 공장 노동자, 광부, 노가다 등 서로 다른 이유로 돈벌이를 위해 모여들었다. 극한적인 노동환경은 바로 지옥 자체였다. 뱃사람들은 각기병으로 죽어나가거나 위험한 작업을 하다 큰 부상에 시달렸다. 감독 아사가와는 죽은 시체를 마대에 담아 찬 바다 캄차카에 수장시키는 잔혹한 인간이었다.
소설은 천황제 권력, 군국주의 일본 해군, 어업자본가를 한 편으로 하고, 지옥 같은 게 공선에서 참혹하게 착취당하는 노동자를 대립구조로 내세웠다.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권력에 의한 자본주의적 착취 구조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자각하고 의식화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이 한 편의 글은 ’식민지에 있어서 자본주의 침입사‘의 한 페이지이다.
표지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유럽에 〈가나가와의 거대한 파도〉로 소개된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다색목판화 ‘후카쿠 36경’에서 〈파도 뒤로 보이는 후지산〉이었다. 단연 거대한 파도가 압권이었다. 원래 그림은 거대한 파도에 가랑잎처럼 너울거리는 세 척의 돛단배였는데, 게 공선을 파도가 덮쳐들었다. 옮긴이는 어부漁夫-어업노동자, 잡부雜夫-잡일꾼, 수부水夫-선원, 화부火夫- 보일러공, 급사給士-잔심부름꾼, 선두船頭-최고참 어업노동자로 번역했다. 나는 원서의 단어들이 뱃사람들의 뱃일을 적확하게 가리켰고, 소설의 글맛을 살렸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번역 단어를 각주로 달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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