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셰익스피어의 기억
지은이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옮긴이 : 황병하
펴낸곳 : 민음사
보르헤스 전집 5 - 1판 1쇄 1997년 11월 / 1판 16쇄 2004년 4월. 표지그림은 박상순·김황의 작품이었다. 나는 5권도 본문에 앞서 |후기|와 |작품해설|을 먼저 읽었다. 『세익스피어의 기억』은 1부 ‘모래의 책’의 13편, 2부 ‘세익스피어의 기억’의 4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었다.
1·2부의 첫글 「타자」와 「1983년 8월 25일」은 20대와 60대의(현재와 과거의) 보르헤스, 70대와 80대의(현재와 미래의) 보르헤스가 만나는 비연속적 시간성을 소설적으로 탐색. 북구(시구르트와 브린힐트) 신화의 현대적 반복 「울리카」. 세계 전체를 대표하는 의회를 만들려는 비밀집단 「의회」. 현대판 미노타우르스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유다와 예수를 동시에 숭배하던 한 이교 「〈30〉교파」. 한 아이가 단 하룻밤에 모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건 사랑과 죽음을 목격하는 스토리 「은혜의 밤」.
단 한 줄, 단 한 단어로 된 詩의 「거울과 가면」과 「운드르」. 평원을 지나다 수천 년 후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 「지친 자의 유토피아」. 이질적인 문화 배경을 가진 두 교수 사이의 갈등 「매수」. 독재자 정치적 암살 「아벨리노 아렌돈도」. 한쪽 면 밖에 없는 원반에 관한 색슨족의 설화 「원반」. 인도에서 발견된 끝없이 페이지가 늘어나는 책 「모래의 책」.
2부는 펀자브의 한 마을에서 발견된 숫자가 증식되거나 축소되는 파란 돌들 「파란 호랑이들」. 재로 변한 장미를 되살려내는 마술사 「빠라셀소의 장미」. 다른 사내에게서 넘겨받은 셰익스피어의 기억의 재생과 망각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기억」.
보르헤스는 유전적 요인과 방대한 독서로 인해 이른 나이에 시력을 상실했다. 글쓰기와 책읽기의 장애를 이겨내고 어머니와 비서의 도움을 받아가며 7편의 소설집과 13편의 시집, 15편의 산문집을 남겼다. 그의 글은 20세기의 철학과 문학 사조를 탄생시켰다. 보르헤스의 독창적 소설작법을 환상적 리얼리즘이라고 불렀다. 상상의 산물이나 현상을 마치 실재했던 사실처럼 그려냈다.
“그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면, 그건 보르헤스의 수치가 아니라 노벨상의 수치다.”
끝내 보르헤스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노벨위원회가 보르헤스를 외면한 것은 그의 보수적 작품성향과 단편만의 창작형태가 결격 사유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 보르헤스는 악명 높은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의 훈장을 받았다. 보르헤스는 기묘한 세계관의 소유자였다. “우리는 이제 미로의 끝에 도달했다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야. 모든 좋은 이야기들과도 같지. 종말이 없는 것 말일세.”
내가 읽는 《민음사》 출간의 보르헤스 전집(5권)은 1994-1997년에 초판이 나왔다. 출판사 측은 새로운 번역의 전집 출간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는 옮긴이 故 황병하 문학평론가에 대한 예우였다. 전집 번역을 끝낸 1998년 문학평론가는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