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지은이 : 권창섭
펴낸곳 : 창비
페널티킥을 잘 차는 농구 선수와 3점슛을 잘 던지는 축구 선수 중 누가 더 필요 없습니까 박사 학위가 없는 시간강사와 강의 제의가 없는 박사 학위자 중 누가 더 쓸모없습니까 구멍이 난 양말과 구멍이 없는 폴라티는 또 어떻습니까 다리가 하나인 치킨과 다리가 열한개인 오징어구이 중 무엇이 더 어이없습니까
「비교의 사회학」(110-111쪽)의 도입부다. 시편들의 발상 자체가 기발하고 독특했다. 시집은 〈창비시선 460〉으로 초판 한정 어나더커버 시집이었다. 아이들의 그림이나 낙서처럼 보이는 알록달록하고 작은 사물들의 속표지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시인은 2015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첫 시집은 1부 ‘밖에서 안으로’ 13편, 2부 ‘안에서 안으로’ 15편, 3부 ‘안에서 밖으로’ 14편, 4부 ‘밖에서 밖으로’ 14편으로 56편의 시를 담았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선우은실의 「이 시의 규칙-기호와 코드의 변용으로 잘못 읽기」였다. 문학평론가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삶의 뜻밖의 한 면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 줄 것”(168쪽)이라고 평했다. 소설가 장류진은 표사에서 말했다. “그러니까 어떤 맛, 어떤 순환, 어떤 동그라미는 오직 시를 경유해서만 감지할 수 있다는 것······. 시를 통해서만 드러나고 감각할 수 있는 삶의 구체가 있다는 걸, 권창섭의 시집을 읽으며 느꼈다.”
재기발랄한 상상력, 자유로운 언어 구사, 치밀하게 짜인 문장들이 돋보인다는 시편들이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나는 어느 책 리뷰에서 말했다. “암울한 현실의 표면을 미끄러지듯 탈주하는 요즘 문학세계의 상상력, 익살, 해학은 '독박'을 쓸 수도 있다. 고스톱 판에서 말하는 '독박'을. 한국문학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모르겠다. 나의 문학관이 문학적 엄숙주의에 길들여져 있는지도. 이것도 80년대의 유산일까.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뚜세 러브」(10-11쪽)의 1·2·3·6·7·8연이다.
내 꿈속 망아지 이름은 뚜세 / 내 꿈속, / 다리 아픈 망아지 이름은 뚜세라서 뚜세 / 뚜세가 뛰기 시작할 때 나는 말하지, “뚜세, 파이팅!” // 내 잠꼬대 속 “뚜세, 파이팅!”을 / ‘하나둘셋, 파이팅!’으로 들었다는 당신에게 // 하나둘셋 입을 맞춰주고 나면 / 뚜세는 어느새 저만큼 달려 / 나는 다시 잠드는데 // (······) // 도로 눈이 감겨 뚜세를 만나러 가면 / 어느새 뚜세도 / 하나 둘 셋도 사라지고 / 달이, 달이, 아직 조금은 남아 / 나는 말하지, “사랑해요!” // 내 잠꼬대 속 ‘사랑해요!’를 / ‘살아야 해요!’로 들었다는 당신에게 // 살짝살짝 코를 갖다 대고 나면 / 사랑은 어느새 저만큼 달려 / 나는 다시 하나둘셋, “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