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알렙

대빈창 2022. 8. 4. 07:00

 

책이름 : 알렙

지은이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옮긴이 : 황병하

펴낸곳 : 민음사

 

보르헤스 전집 3 - 1판 1쇄 1996년 3월 / 1판 10쇄 2004년 10월. 인상적인 표지는 박상순·정보환의 작품이었다. 화가·시인 박상순은 낯이 익었지만, 나에게 정보환은 낯설었다. 표지 이미지는 전집 다섯 권에서 박상순의 이름은 모두 들어갔고, 〈전집 2·4·5〉에 김황이, 〈전집 3〉에 정보환이 참여했다. 내가 보기에 박상순은 바탕 그림을 그렸고, 김황·정보환은 표제 글씨를 맡았다. 표제 글씨가 모두 흘림체인 반면, 〈전집 3〉만 굵은 고딕체였다. 나는 3권도 |후기|와 |1952년 추신|과 |작품 해설|을 먼저 읽었다.

보르헤스는 『픽션들』과 『알렙』으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두 작품집은 비연속적인 시간과 그것을 통한 인간의 영원함을 하나의 가설로 탐색했다. 보르헤스는 『알렙』에서 극단적인 실험기법이나 문제제기보다 이전의 문제에 대한 대답을 시도했다. 세계가 훨씬 명료하고 이해하기가 쉬워졌다. 미국에서 보르헤스 전집이 번역 출간되었을 때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책은 『알렙』이었다.

1949년에 발간된 『알렙』은 17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었다. 짧은 소설들의 분량은 2쪽의 「두 왕과 두 개의 미로」에서, 가장 긴 「알렙」은 33쪽까지 다양했다. 보르헤스의 소설 특징 중의 하나가 제사題詞였다. 〈전집 3〉도 일곱 편의 글에 인용글이 서두를 장식했다. 「알렙」의 제사題詞는 ‘「햄릿」 2막 2장’과 ‘『레비아탄』 4장 46절’ 2개 구절이 인용되었다. 히브리어의 첫 번째 알파벳 Aleph '〈알렙〉의 직경은 2 또는 3센티미터에 달할 듯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크기의 축소 없이 우주의 공간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230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1899. 8. 24.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호르헤 기예르모 보르헤스는 변호사·심리학 교수로 영국계 집안이었다. 보르헤스는 아버지와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았다. 조숙한 그는 6살 때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8살 때 첫 단편소설을 썼고, 9세 때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을 스페인어로 번역하여 신문 〈나라〉에 발표했다.

아버지의 눈 치료로 15살 때 스위스 제네비로 이주했다. 프랑스어·독일어·라틴어를 공부했다. 19살 때 스페인으로 이주하여 본격적으로 시를 발표했다. 22살 때 보르헤스 가족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왔다. 24살 때 첫 시집 『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기』를 냈다. 시인·에세이스트로 명성을 높였다. 1935년 첫 소설집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발표했다.

보수주의자 보르헤스는 페론 집권 때는 정치적 수난을 당했다. 어머니와 누이가 투옥되기도 했다. 1955년 페론이 국외로 추방되자 보르헤스는 국립도서관장에 임용되었다. 이 무렵 그는 거의 실명상태였다. 어머니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독서 및 집필활동을 할 수 있었다. 보르헤스는 시와 산문의 경계를 없앴다. 소설의 본질은 허구임을 직시하고, 현실도피가 아닌 진정한 현실로서의 환상문학, 마술적 사실주의 등 다양한 소설적 실험을 추구했다. 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 정착했고, 이듬해 6. 14. 세상을 떠났다.(Daum 백과사전 '현대 환상 문학의 대가 호르헤루이스 보르헤스'에서 발췌)

「아베로에스의 추적」에서 아베로에스는 자신의 저서 『파괴의 파괴』의 아리스토텔레스 주석의 문제에 부딪혔다. ‘전날 밤, 『문학』의 첫 장에서부터 모호한 두 단어가 그를 붙들었다.’(129쪽) 옮긴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Poetica』를 기존의 『시학』이 아닌 『문학』으로 번역했다. 이 단어가 유래한 Poesia가 ‘시詩’가 아닌 ‘창조, 창작’을 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Poesia라는 단어가 시詩로 굳어진 데는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언어예술은 서사, 서정, 드라마 모두 운문의 형태로 쓰였다고 주석을 달았다. 옮긴이의 노고가 믿을만했다. 독자에게 신뢰가 가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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