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칼잡이들의 이야기

대빈창 2022. 8. 5. 07:00

 

책이름 : 칼잡이들의 이야기

지은이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옮긴이 : 황병하

펴낸곳 : 민음사

 

보르헤스 전집 4 - 1판 1쇄 1997년 11월 / 1판 6쇄 2004년 4월. 매력적인 표지그림은 박상순·김황의 작품이었다. 나는 4권도 |서문|과 |작품해설|을 먼저 읽었다. 보르헤스 소설에 다가가기 위한 나름대로의 고육책이었다. 4권은 1부 ‘작가’와 2부 ‘칼잡이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1부는 1960년도에 출간된 시/단편집에서 단편들만 모았다. 25편의 짧은 미니소설이었다. 2부은 1970년도에 11편의 소설이 실린 『브로디의 보고서』라는 표제로 출간되었다.

미국의 작가 존 바스는 보르헤스의 가장 충실한 추종자였다. 그는 보르헤스의 소설에서  ‘작가’의 짧은 소설들이 가장 매력적인 단편들이라고 밝혔다. 반쪽에서 길어야 다섯 쪽 이내의 작품들은 명상적·환상적 알레고리(allegory) 수법을 구사했다. 첫 소설 「작가」는 보르헤스의 자전적 성격을 띤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 어둠 속으로 내려갔을 때 느꼈던 것은 그것들이 아니었다.'(12-13쪽) 보르헤스는 40대 이후 시력을 잃었다. 또한 호머에 대한 이야기였다.(호머는 장님이었다)

2부 ‘칼잡이들의 이야기’는 사실주의 색채를 띠는 칼잡이 가우초(아르헨티나 대평원 목동)의 일화를 다룬 작품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경쟁 관계의 두 칼잡이들의 칼이 후대에 다른 사람들 손을 빌려 결투를 치르는 초심리학적 사건을 다룬 「만남」. 목격자(여행자)가 남긴 기록물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고 있는 듯한 형식을 가진 기이한 종족(야후,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의 짐승의 형체를 가진 인간)에 관한 이야기 「브로디의 보고서」. '나는 앞에서 그들의 수가 넷이라고 말했다. 이 숫자는 그들 종족이 셀 수 있는 최대의 숫자다. 그들은 손가락을 가지고 하나, 둘, 셋, 넷, 많음이라고 센다.'(190쪽) 두 편은 보르헤스의 후기 소설세계를 결정 짖는 유사 고고학적 환상성의 작품이었다.

20세기 지성을 대표하는 푸코, 데리다, 움베르토 에코, 옥타비오 빠스, 존 바스 등은 서슴없이 말했다. 보르헤스는 이 작품집들을 가지고 20세기 후반을 창조했다. 움베르토 에코(1932-2016년)는 ‘저자의 죽음’과 ‘상호 텍스트성’이란 화두로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을 이끈 세계주의자였다. 그의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에 웃음을 사악하게 여기 끝에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광인 ‘호르헤 드 부르고스’ 수도사가 나왔다. 에코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년)를 흠모하여 그에 대한 존경을 담아 만든 인물이었다. 실제 보르헤스는 유전병과 지나친 독서로 시력을 상실했다.

보르헤스는 시력을 상실했지만 90여만 권의 책을 관리하는 국립도서관장직에 있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인생이나 세계가 악몽이라고 생각해요. 탈출할 수 없고 꿈만 꾸는 거죠. 우리는 구원에 이룰 수 없어요. 그래서 글을 쓰는 거예요.”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본주의를 말한다  (0) 2022.08.09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0) 2022.08.08
알렙  (0) 2022.08.04
윤중호 시전집 詩  (0) 2022.08.02
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0) 202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