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농본주의를 말한다
지은이 : 우네 유타카
옮긴이 : 김형수
펴낸곳 : 녹색평론사
21세기 말이면 인류 문명의 장구한 역사가 조종을 울 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혁명이후 짧은 기간에 인류는 화석연료를 마구 태워 여섯 번째 생물 대멸종을 불러왔다. 이제 인류의 최대 화두는 지속가능성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이 서있는 토대를 붕괴시킨 시대를 근대라고 불렀다. 희망은 있는 것인가. 일본의 농農사상가·농부 우네 유타카(宇根豊, 1950년 - )는 ‘농본주의農本主義’를 제시했다.
농본주의는 사람이 천지자연과 일체가 되어 인간이 뭇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원리였다. 농본주의의 3대원칙은 먼저 근대화, 자본주의화, 경제성장과 함께 할 수 없다. 둘째, 나라가 있고 시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골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 시골이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천지에 대한 몰입이 농사의 본령이다. 농사가 자본주의와 맞지 않는 것은 천지가 생산하는 것을 농민은 다만 거들기 때문이다. 농민은 천지와 함께 살아가므로 욕망이 진정되고 축소된다. 지역사회 자급경제에서 자본주의는 발달할 수 없다. 천지가 품고 있는 모든 유정의 생명력이 발휘되도록 사람들이 서로 돕는 것이다.
고도 경제성장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대표되는 근대화는 농사의 자본주의화였다. 농사에 소득, 비용, 노동시간 등 근대화 척도가 적용되었다. 농업경영을 평가하고 비용과 생산성을 측정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농사가 아니라 농업경영이었다. 신자유주의의 모범국(?) 한국은 근대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였다. 우리는 그것을 ‘한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2019년 12월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국내 농가인구는 224만 5000명으로 전체 인구대비 4.35였다. 농촌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는 이 땅의 농사가 황혼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우네 유타카는 농사짓는 기술이 아니라 농사는 무엇인가. 인류의 미래는 어떤 세상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주었다. 유럽연합(EU) 국가의 농민들은 소득의 70% 이상을 국가나 주, EU로부터 세금으로 수령했다. 풍경과 자연환경의 가치를 지속시키는 농법에 지불되는 환경직불금이었다. 농사를 시장경제와 별개로 평가했다. 이 땅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연풍광을 유지보존 시키는 농부를 루저라고 무시하고, 성장의 장애물이라고 구박했다. 환장한 돈벌레들의 눈에 미래는 없었다.
7장 32꼭지에 실린 글에서 제1장 「농본주의의 탄생과 재생 - ‘농사의 본질’을 찾는 모험」에 등장하는 3인의 농본주의자의 삶이 인상적이었다. 이바라키현 다치바나 고자부로(橘孝三郞, 1893-1974년)는 1932년 39세 때 학생들을 이끌고, 젊은 해군장교들과 함께 궐기했다. 부패한 정치와 궁핍한 농촌현실에 분개하여 일어난 5·15혁명이었다. 후쿠오카현 곤도 세이교(權藤成卿, 1868-1937년)는 국가권력은 마을의 자치를 파괴하고 전국을 획일적으로 근대화·자본주의화하여 농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체제를 혐오했다. 구마모토현 마츠다 기이치(松田喜一, 1887-1968년)는 사설학교 마츠다 농장을 일구어 2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1968년까지 존속된 2박3일의 단기 강습회는 많을 때는 6,000명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