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대빈창 해변의 품바

대빈창 2022. 7. 25. 06:00

 

대빈창 해변과 해송 숲을 등지고 주차장에 간이 무대가 들어섰다. 자바라 텐트 무대 앞마당에 차광막으로 지붕을 씌웠다. 큰 북과 사람 키만한 스피커와 노래방 기기가 늘어섰다. 두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간이테이블이 텐트 그늘에 앉았다. 한켠의 음식조리실 현수막은 〈주문도 대빈창 해변 포차〉였다. 돼지껍데기, 무뼈닭발, 메밀야채전, 컵라면, 맥주, 소주······. 계산은 선불이고, 술과 음식은 셀프였다.

주차장 가의 무성한 보리수나무 아래 텐트 대여섯 개가 모여 있었다. 공연 팀의 텐트촌이었다. 시도때도 없이 흩날리는 장마철 빗줄기에 비닐로 지붕을 씌웠다. 탑차가 무대로 향하는 입구에 서있었다. 〈세월따라 노래따라 Live〉 그들의 공연 장면이 차벽을 도배했다. 품바 일행은 보름 전 점심 배로 살꾸지항에 닿았다. 그들이 입도入島한 다음다음날 토요일 저녁 대빈창 해변에 빵빠레가 울렸다. 내가 주문도에 삶터를 꾸리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여섯 텐트의 피서객과 섬 주민 30여명이 노래와 춤과 술을 즐겼다. 대빈창・느리・꽃동네와 봉구산 너머 진말의 사람들도 보기 드문 구경거리에 얼굴을 내밀었다.

다음날 일요일 해송 숲의 텐트는 대빈창 해변의 썰물처럼 물밀듯이 빠져나갔다. 해가 떨어지기 한 시간 전 무대를 열었지만 손님은 한 가족으로 보이는 5명뿐이었다. 뽕짝 메들리를 몇 소절 뽑은 품바가 익살스럽게 일정을 소개했다. 한 달 정도 머무를 예정이었다. 구경꾼이 더 이상 몰려 들 낌새는 없었다. 공연팀의 주연처럼 보이는 남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품바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서해의 아래 끄트머리에서 태어난 그가 휴전선에 가로막힌 민통선의 섬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엄마가 자기를 낳고 엿장수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넋두리를 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생활에 만족했다. 우리나라 경치 좋은 곳을 마음대로 골라 머무를 수 있고, 예쁜 여자들을 실컷 구경하고 신나게 놀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삶의 서러움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자 품바가 마이크를 넘겨잡고 노래 메들리를 이어나갔다. 그들 말대로 한 달을 버틸 수 있을까.

대빈창 해변의 성수기는 7월 중순부터 8월초까지였다. 평일은 찾는 사람이 없었다. 금요일 저녁배로 섬에 들어와 해변에 텐트를 치고 일요일 점심배로 섬을 떠났다. 공연 팀의 정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섬 주민들은 마이크를 손에 쥐는 것이 어색할 수밖에 없는 평생 일 밖에 모르는 분들이었다. 또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코로나-19 감염자의 더블링 추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며칠 전 주문도의 하루 강수량은 90mm 였다. 하루 종일 비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섬을 휩쓸었다. 차광막 지붕이 쓰러졌고, 텐트촌은 물구덩이가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한 주일이 흘러갔다. 대빈창 해변에 피서객 텐트 세 개가 설치됐다. 마을 주민 네다섯의 얼굴도 눈에 뜨였다. 빵빠레가 다시 한번 대빈창 해변에 울려 퍼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다음날 저녁, 흥을 돋우어야 할 앰프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들은 간이테이블에 앉아 이른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해변에는 1인용 텐트 2개가 나무 테크에 설치되었다. 키만한 스피커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해변에 적막한 고요가 찾아들었다. 품바 사내가 바다로 내려가는 시멘트 구조물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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