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앞발을 치켜 든 사마귀 앞에 얼어붙은 베짱이를 잡은 이미지를 올렸습니다. 그때 사마귀를 쫓아내고 베짱이를 구해주면서 맹자와 제나라 선왕의 ‘곡속장(穀觫章)의 이양역지(以羊易之)’ 고사故事를 떠올렸습니다. 수은주가 30℃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는 나날입니다. 집안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얼굴에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뒤울안으로 통하는 부엌 샛문(방충망 문)을 열었습니다.
수돗가에서 매미의 날개가 무언가에 부딪히며 떨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 명자나무 줄기와 가지 틈새를 들여다보니 사마귀가 낫을 닮은 앞발로 매미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매미는 달아나려 죽을힘을 다해 날개 짓을 하지만 허공에 바람만 일으키고 있을 뿐입니다. 5분여나 지속되던 매미의 날개 짓 소리가 잠잠해졌습니다.
매미는 암컷을 부르는 수매미만 운다고 합니다. 소리를 내는 기관은 고막(鼓膜, Auditory tympana)으로 배의 첫째 마디 등 쪽에 있습니다. 매미는 땅 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는 시기가 2-5년으로 매우 깁니다. 미국 동부의 마기키카다 셉텐데심이라는 종은 무려 17년의 애벌레 생활로 ‘17년 매미’라고 합니다. 매미는 세계적으로 4,000종이 알려졌고, 우리나라 매미는 총 27종이 기록되었으나 표본은 15종이라고 합니다. 이미지의 매미는 ‘참매미’입니다.
나에게 가장 비호감의 곤충은 사마귀입니다. 녀석의 생김새는 혐오 그 자체였습니다. 사마귀는 교미 중에 암사마귀가 수사마귀를 머리부터 잘근잘근 씹어 먹습니다. 어릴 적 사마귀의 오줌이 묻으면 그 자리에 사마귀(작은 혹)가 난다고 알았습니다. 어린 우리들은 손등의 사마귀를 사마귀가 뜯어먹게 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2,000여 종이 알려졌는데 우리나라에는 7종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곤충 백가지』(현암사, 2004)에서 발췌 -
사마귀하면 당랑거철螳螂拒轍이 우선 떠오릅니다. 사마귀가 앞발을 치켜들고 수레바퀴에 덤벼드는 자기 분수도 모르는 무모함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매미가 오랜 시간 땅 속에서 애벌레로 생활하다 후손을 보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와 허물을 벗었으나 사마귀의 밥이 되고 말았습니다. 포클레인를 보며 사마귀를 떠올렸습니다. 어머니는 굴삭기를 코끼리차라고 불렀습니다. 포클레인의 삽날이 코끼리의 코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데서 붙여진 별명일 것입니다.
故 신영복 선생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을 말씀하셨습니다. 우직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굴삭기는 쉽게 산을 옮겼습니다. 그 무모함이 사마귀를 닮았다고 생각됩니다. 사마귀의 포식은 그야말로 잔혹하고 무자비합니다. 포클레인을 사마귀차라고 불러야겠습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개발,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자신이 살아가야 할 유일한 별 지구를 마구 파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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