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책할 때마다 손바닥으로 한 번 두드리고 뒤돌아서는 대빈창 바위 벼랑입니다. 해변의 물이 만조입니다. 물때는 열물이었고 시간은 아침 7시를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바위 벼랑은 산책 반환점입니다. 수평선과 바위 벼랑이 만나는 지점에 직박구리 한 마리가 앉았습니다. 녀석은 머루가 익기도 전에 벼랑을 찾아왔습니다. 미리 자기의 먹을거리를 눈에 익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인가 대빈창 해변을 소개하며 바위 벼랑에 드리어진 넝쿨을 보고, 조선 15세기 문인화가 인재仁齋 강희안(姜希顔, 1417-1464)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를 떠올렸습니다. 고사가 너럭바위에 엎드려 고적하게 물을 바라보는 그림입니다. 바위절벽과 잔잔한 바람에 너울거리는 넝쿨의 표현이 일품입니다. 대빈창 절벽의 넝쿨은 머루입니다. 머루가 익으면 멧비둘기와 직박구리가 탐을 냈습니다. 절벽의 바위 틈새를 비집고 음나무와 소사나무, 아까시나무, 머루, 섬노린재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음나무는 두릅나뭇과로 새순의 쌉쌀한 맛은 사람 손에 남아나질 않았습니다. 오히려 바위 벼랑의 음나무는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아름드리 줄기를 자랑했습니다.
대빈창 해변에 암석전문가의 발길이 닿았습니다. 자료를 찾다 〈인천 섬의 명품바위 50선〉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접했습니다. 절벽을 구성하는 암석은 석류빛을 띤 흑운모편암입니다. 석류빛의 반점들은 점토 광물이 변성 작용으로 형성된 석류석이라고 합니다. 석류석은 1월의 탄생석입니다. 벼랑 위에 자리 잡은 나무들의 유기적 풍화와 끊임없이 절벽을 때리는 파도의 협공으로 절벽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바위 벼랑에 두세 개의 해식동굴이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며 먼 훗날 수백만 장의 시루떡을 쌓아놓은 것 같은 변산 채석강과 적벽강을 떠올렸습니다. 이제 돌이켜 생각하니 철모르는 자의 아둔한 생각이었습니다.
바위벼랑으로 향하는 제방은 거의 직각에 가까운 산날맹이가 해안에 바짝 붙었습니다. 급경사는 아까시・초피・개복숭아 나무와 해송이 울창하고 칡넝쿨이 뒤덮었습니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 상승으로 2030년이면 부산 낙동강 하구와 인천공항의 침수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현재 지구는 산업화이후 1.2℃의 기온상승으로 2022년 여름은 폭염과 산불로 불덩어리가 되었습니다. 고작 7년이 남았을 뿐입니다. 대반창 바위벼랑의 해식동굴은 철부지의 낭만적 상상으로 그칠 공산이 커졌습니다. 서해의 해수면 상승은 해안 제방을 무너뜨리겠지요. 산사면을 파도가 때리면서 바위벼랑으로 변하고 석류빛 흑운모편암이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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