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항차 삼보12호가 선창에 접안하고 있었다. 물량장에 녹슨 닻 2개가 뉘였고, 해양크레인에 끌려올라 온 선외기가 땅바닥에 내려졌다. 바닷물이 크게 부풀어 올랐고, 물때는 참이었다. 바다건너 늘어 선 섬은 관음도량 보문사로 이름 난 석모도다. 바다로 길게 뻗어나간 부잔교 끝머리에 두서너 대의 소형어선이 보였다. 곧 물량장으로 끌려올라 올 배들이었다. 하늘의 흰 구름떼가 빠른 속도로 쓸려갔다. 폭풍전야였다. 9. 3. 오전 10시경의 주문도 느리항 전경이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는 국립보호구역 이름으로 라오스에서 제출했다. 공포에 질린 언론이 떠들어대는 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이동에 사람들은 눈과 귀를 모았다. 힌남노는 동중국해의 수온이 예년보다 2℃ 높은 30℃의 해역을 통과하며 수증기를 흡수해 세력이 더욱 커졌다. 역대급 세력을 자랑하는 힌남노에 놀란 기상예보분석관들은 2002년 제15호 태풍 루사, 2003년 제14호 태풍 매미를 상기시켰다.
바위를 날릴 수 있다는 괴물 태풍 힌남노는 발생부터 이례적이었다. 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태풍 발생구역이 기존 북위선상에서 위쪽으로 북상한 것을 확인했다. 힌남노는 제12호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23호 열대저압부를 흡수해 몸집을 키웠다. 힌남노의 덩치는 그 위세가 한반도 남부를 다 덮을 지경이었다.
태풍으로부터 가장 먼 위치의 주문도에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9. 5. 화도 선수항 출항 삼보6호 3항차, 주문도 느리항 출항 삼보12호 3항차가 결항되었다. 9. 4- 6일까지 3일간 주문도 강수량은 96mm였다. 9. 6. 주문도 느리항 출항 3항차, 화도 선수항 출항 삼보6호 3항차부터 객선의 운항이 재개되었다. 힌남노는 6일 오전 4시50분쯤 경남 거제도에 상륙해 내륙을 통과해 오전 7시쯤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상륙 당시 중심기압은 955.9hPa로 2003년 태풍 매미와 비슷했다. hPa(헥토파스칼)는 공기가 누르는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낮을수록 강력했다. 최대풍속은 43m/s로 ‘강’이었다.
내가 서해의 작은 외딴섬 주문도에 삶터를 꾸리고, 서해로 치고 올라온 태풍은 2000년 쁘리빠룬, 2010년 곤파스, 2012년 볼라벤, 2019년 링링이었다. 그랬다. 그때도 느리항의 배들은 땅으로 끌려 올라왔다. 선외기들은 재질이 FRP로 강한 바람에 너울이 일며 서로 부딪혀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뭍으로 올렸다. 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사망자와 실종자 인명피해는 12명이었다. 천만다행으로 힌남노는 내륙에 머문 시간이 짧았고, 빠른 시간에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마지막에 하늘이 도왔다. 텃밭에 심겨진 김장채소 무와 배추가 강풍에 시달려 몰골이 추했다. 진돗개 트기 느리가 묵는 창고의 비닐 가림막이 찢어졌다. 나는 망치와 못을 들고 창고로 내려서는 계단에 올라섰다. 창고의 등짐분무기를 꺼내 노즐을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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