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36

대빈창 2022. 10. 11. 07:00

 

때 아닌 가을장마였다. 퍼붓던 비가 잠시 주춤한 이른 아침, 이틀 만에 산책에 나섰다. 옛길에 접어들기 전 뒷집 고양이 새끼들이 궁금했다. 아! 박스 안 두 마리의 몸이 뻣뻣했다. 새끼들이 세상의 빛을 본 지 스물다섯 날 째였다. 녀석들은 채 피어나기도 전에 생을 마감했다. 낮게 내려앉은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고, 나의 마음은 우중충했다. 노순이가 낳은 아홉 배 째 새끼는 얼룩이와 노란빛 세 마리 모두 네 마리였다.

뒷집 형이 며칠 째 보이지 않던 노순이가 마당 광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녀석이 배가 고파 할 수없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형이 새끼들을 품에 안고 왔다. 유아방은 본채에 이어진 보일러가 앉은 부속건물 봉당의 골판지 박스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았다. 노순이는 하루나 이틀 전에 몸을 풀었을 것이다. 노산老産의 노순이는 많이 힘들어했다. 새끼들에게 젖을 물린 노순이의 눈가에 눈곱이 끼고 진물이 흘러내렸다.

“노순아!” 불러도 대꾸도 않고 움쩍하지 않았다. 새끼들한테 젖을 물리면 노순이는 명상에 잠긴 것처럼 눈을 감았다. 노순이가 고급 고양이 사료에 입도 대지 않았다. 보다 못한 형이 농협마트에서 동원참치 캔을 사왔다. “나도 먹지 못하는 걸 노순이한테 먹이네”. 형이 웃었다. 재순이와 노랑이는 노순이가 바닥에 흘린 국물을 싹싹 핥았다. 두 놈은 빈 깡통을 이리저리 굴리며 야단났다. 어미가 간신히 기운을 차렸나보다. 새끼들한테 젖을 물리며 나에게 야~~옹! 아는체를 했다.

며칠이 지났다. 사람을 타는 노순이가 우리집 부엌 샛문 앞에 소리 없이 앉아있었다. 어머니는 꽃게간장을 담그시느라 눈길을 주지 못했다. 노순이가 아는체하지 않는다고 야 ~~ 옹! 하고 주위를 환기시켰다. 녀석은 집에 아무도 없으면 우리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노순이는 사람이 없으면 허전하다 못해 불안한 지 모르겠다. 어미가 새끼들을 건사하기에 몸을 부대꼈다. 녀석은 고기를 탐하는 사람처럼 생선이나 육고기가 있어야 겨우 깔짝거렸다. 먹는 것이 없으니 젖이 나올 리 없었다.

어디선가 새끼고양이들의 앙칼진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추를 널어놓은 뒷집 마당에 새끼 네 마리가 땅바닥에 배를 깔고 겨우 기어 다니고 있었다. 어제부터 어미가 젖을 먹이지 않았다. 어미젖을 빨지 못한 불쌍한 새끼들이 배가고파 애달프게 울부짖었다. 나는 급히 뭍에 나간 사람을 물색했다. 애완동물 젖병과 흰우유 1000ml 두 통을 부탁했다. 뒷집 형수가 우유를 전자렌지에 데워 차 스푼으로 새끼들의 입을 벌리고 떠먹였다. 배가 고픈 새끼들이 허겁지겁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었다. 태어난 지 스무날이 된 새끼들은 다행히 눈을 떴다. 녀석들이 생명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미지는 형수가 애완동물 젖병으로 새끼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생존 본능은 턱 높은 유아방 스티로폼 박스를 새끼 세 마리가 스스로 넘어왔다. 네 마리 새끼 고양이가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는 소리가 광 안에 가득했다. 그때 어미 노순이가 들어왔다 새끼들이 본능적으로 어미한테로 기어갔다. 어미가 쉭-- 쉭 -- 소리를 내며 새끼들을 위협했다.

노순이는 얼마나 몸이 부대끼면 새끼에게 젖을 물리지 못할까. 어미는 도둑고양이와의 싸움에서 부상을 입었다. 노순이의 얼굴 상처가 깊었고 젖이 말랐다. 아홉 배 째 새끼 네 마리는 이제 사람이 주는 우유를 받아먹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우유를 먹기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새끼 두 마리가 죽었다. 새끼들의 입에 넣어 준 우유가 코로 뿜어졌다. 새끼들의 창자가 아직 제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일까. 태어난 지 스물다섯 째 되는 날, 두 마리도 마저 숨을 거두었다. 이제 노순이가 새끼를 그만 가졌으면 좋겠다.

 

p.s  나는 봉구산 아름드리 밤나무 둥치에 고양이 새끼들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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