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고양이 네 마리가 분양된 지 열흘이 지났다. 노순이는 여덟 배 째 새끼를 다섯 마리 낳았다. 젓을 떼기 전에 한 마리가 죽었다. 암놈 한 마리는 느리 선창 민박집에서 먼저 데려갔다. 태어난 지 두 달 째 되는 날 수놈 세 마리가 모두 주인을 만났다. 한 마리는 봉구산너머 진말 농협 앞집으로, 두 마리는 서울로 먼 길을 떠났다. 뒷집 형이 봉고 트럭으로 세 마리를 진말로 데려다 주었다. 두 마리는 도시 고양이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들이 만난 새 주인이 반려묘를 진정으로 아끼는 인정많은 분들이면 좋겠다.
이미지는 혼자가 된 노순이가 다음날 아침 참새를 입에 물고 일곱 배 째 혼자 태어난 노랑이를 비껴 지나갔다. 노순이는 새 사냥의 명수였다. 참새, 박새, 콩새 심지어 덩치 큰 직박구리와 멧비둘기도 녀석의 사냥감이었다. 연일 때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수은주는 30℃를 가리켰다. 아침산책에서 돌아오다 화계花階를 가로질러 우리집으로 향하는 노순이를 만났다.
새끼들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녀석들은 분양되기 이틀 전 자기집으로 돌아갔다. 노순이의 기억력은 그때뿐이었다. 어미는 참새를 입에 문 채 구슬픈 울음으로 새끼를 찾았다. 뒷집의 보일러를 앉힌 넓은 광, 저온저장고 출입통로 틈새 공간, 부엌, 마당 모퉁이 헛간, 텃밭으로 이어지는 뒤울안을 헤매고 다녔다. 어미는 새끼에게 야생에서 사냥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싶었을 것이다. 노순이가 하루빨리 현실을 파악했으면 좋겠다. 녀석이 애처로워 뒷집으로 향했다. 어미는 두세시간이 흐르도록 참새를 입에 문 채 애끓는 소리로 새끼들을 찾았다.
어미가 새끼들을 찾아 헤매는 사이 우리집에 도통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노랑이가 나타났다. 녀석은 뒤울안 수돗가에서 물을 마셨다. 녀석도 더운 모양이었다. 노랑이는 기운이 장사였다. 녀석은 '냥 펀치'를 가리지않고 아무에게 마구 날렸다. 한 식구 수놈 재순이는 물론 어미 노순이에게도.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혼자 자라서 버릇이 없어 그런가보다."
어미가 새끼들의 부재를 깨닫기를······. 어미 젓은 아직 퉁퉁 불어 있었다. 노순이가 다시 우리집 뒤울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이 평상밑 어둠속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인기척이 나면 새끼들이 몸을 숨겼던 곳이다. 참새를 입에 문 채 새끼를 찾아다니는 노순이의 구슬프고 애끓는 울음이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어머니의 물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구, 짐승들도 새끼에게 뭔가 먹이려고 저리 애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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