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숲을 그리는 마음

대빈창 2023. 2. 10. 07:30

 

책이름 : 숲을 그리는 마음

지은이 : 이호신

펴낸곳 : 학고재

 

내가 다시 잡은 『숲을 그리는 마음』은 98. 11. 1쇄 발행이었다. 20년 전 그 시절, 나는 출판사 《학고재》의 책은 무조건 손에 넣었다. 내가 처음 만난 한국화가 현석玄石 이호신(李鎬信, 1957- )의 책이었다. 부제가 ‘우리 사계절 자연생태와 뜻그림’으로 나무와 꽃, 새와 곤충, 강과 늪, 그리고 갯벌을 생태 답사한 화가의 그림과 글을 함께 엮은 작품집이다. 책의 구성은 겨울・봄・여름・가을의 사계절에 나뉘어 51편의 글을 실었다. 화가가 5년 동안 생태기행에서 만난 이 땅의 가족들이다.

 

철원 두루미, 천수만 철새, 가족애가 두터운 새 고니, 공존의 참 의미 동백과 동박새, 덕산 약수터 길목 까치둥지, 화가의 첫집 현관 처마의 제비둥지, 충북 진천 노원리老院里 왜가리마을, 영월 법흥사 까막딱따구리・주천 법흥리 올빼미・원앙, 경기 파주 배묵이마을 낡은 기와집 용마루의 후투티 둥지, 경기 화성 여름 철새 백로 서식지, 강화 대송도 검은머리물떼새 서식지, 우포늪 꽃창포 위 짝짓기 달팽이, 두 주일을 날기 위해 다섯 해 동안 땅속에서 허물 벗는 매미, 가장 영리한 텃새 까마귀, 연잎 벙그는 연못의 짝짓기 개구리, 강화도 여차리 갯벌의 덤불해오라기・개개비, 양평 두물머리 민물고기・수초・수서동물, 전북 정읍・고창・아산・부안 곤충, 평해平海 월송정越松亭 동해 갈매기, 경기 남양만・영종도・대부도・제부도・선감도 갯벌, 청명한 가을하늘 고추잠자리, 도토리 종자를 옮겨주는 다람쥐, 지난해 둥지를 찾아오는 장도長途의 비행 철새, 공작산 곤충, 계방산 곤충, 덕유산 남대천 반딧불이, 거제도 백로떼의 죽음,

제주 대정大靜 추사 적거지謫居地 수선화, 전북 부안 호랑가시나무 군락지, 태백산 산정山頂의 주목朱木, 개나리・진달래・제비꽃・목련꽃의 봄소식, 玉骨氷魂의 매화, 경주 남산의 소나무와 진달래, 국내 유일의 원시림 강원 인제 점봉산 진동계곡, 제주 섭지코지 해안식물・돈내코 계곡 자생식물, 자줏빛 가지꽃, 한여름 눈발 날리는 치자꽃, 태백산 금대봉 풀꽃, 영양 일월산 구절초, 무서리 속에서 피어나는 차꽃茶花,

공존과 나눔의 까치밥, 마을공동체의 구심점 당산나무, 폭설 속 붉은 동백, 우리나라 대표나무 소나무, 강원 영월 동강東江의 비경, 생명의 장엄한 근원 숲, 옛 고구려 영토의 생태・문화유적, 가을하늘 철새, 성장을 잠시 멈춘 절제의 아름다움 가을.

 

길 위의 화가는 이 땅을 순례하며 현장 답사와 화첩 사생을 기초로, 가슴속에서 발효시킨 뒤 붓을 들었다. 진경산수화의 전통을 이어받은 새로운 기법과 색채를 가미하여 ‘생활산수화’라는 독자적인 장르와 화풍을 개척했다. 화가는 2010년 경남 산청 남사마을로 귀촌하여 농사와 그림을 함께 경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책에 수록된 작품은 87점이었다. 표지그림은 〈생사生死의 노래〉로 한지에 수묵담채 38.0x23.0㎝ 1996년 作으로 태백산 금대봉 고사목枯死木의 밑둥에 굴처럼 파인 틈에 고개를 내민 노루귀였다. ‘영월댐 건설’로 수장水葬 위기에 놓인 강원 영월 동강東江을 답사하며 화가는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돈이면 만사가 장땡인 천민자본주의 논리를 기막히게 풍자한 말(169쪽)을 떠올렸다.

 

“잘났든 못났든 우리의 조상들은 이 국토의 본전 위에서 이자만을 따먹으며 원금은 절대 건드리지 않고 살아와 우리에게 물려주었는데 영악한 20세기 사람은 부동산 투기다, 개발이다 하여 이자는커녕 이 땅의 원금을 빼먹고 있으니 나중에는 어찌 상환할지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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