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

대빈창 2023. 2. 9. 07:30

 

책이름 :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

지은이 : 한영우・안휘준・배우성

펴낸곳 : 효형출판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은 3명의 학자가 공동집필한 우리 옛지도에 대한 이해와 아름다움 그리고 선조들의 국토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논문 4편을 실었다. 사학자 한영우(韓永愚, 1938- )의 「우리 옛지도의 발달과정」은 삼국시대에서 19세기 〈대동여지도〉까지 우리 옛지도의 지도제작의 발달과정을 논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158.5x168㎝ 채색사본으로 1402년(태종 2)에 완성된 세계지도로 당시 최고의 걸작이었다. 실무 지도제작은 이회였고, 하단에 권근(權近, 1352-1409)의 발문이 붙었다. 16세기 중엽의 〈혼일역대국도강리지도〉는 178x169㎝의 채색지도로 인촌기념관에 소장되어 있다. 조선에서 만든 두 번째 세계지도였다. 하단에 明나라 학자 양자기(梁子器, 1458-1513)의 발문이 있다. 조선후기의 최초 세계지도 〈여지도輿地圖〉는 180x190㎝ 비단의 채색, 하단에 조선인의 발문이 있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농포자農圃子 정상기(鄭尙驥, 1678-1752)와 정항령 부자가 만든 〈조선전도(동국대전도)〉는 1757년 제작된 271x139㎝ 비단에 채색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백리척百里尺 작도법으로 주・현의 형태를 정확하게 그렸다. 1861년(철종 2)에 판각板刻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 1804?-1866?)의 〈대동여지도〉는 22첩으로 나누어 쓸 수 있다. 모두 합치면 높이가 7미터에 달했지만 이를 접으면 보통 책 크기만하여 휴대가 편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한국본 여지도」는 해외로 반출된 우리나라의 국보급 지도의 조사・연구 논문이었다. 1995년 북경 문물출판사에서 간행된 『중국고대지도집-명대中國古代地圖集-明代』에 실린 180x190㎝ 비단에 천연색으로 염색된 조선에서 제작된 채색필사본 동아시아지도다. 「왕반제지 여지도 조선모회증보본王泮題識 輿地圖 朝鮮摹繪增補本」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도는 중국인이 목판으로 간행한 8폭의 〈여지도〉라는 지도를 조선에서 입수한 뒤 이를 대본으로 대폭 수정 보완하여 아름답고 정교한 채색필사본 지도로 만든 것이다. 1866년 병인양요때 프랑스군이 강화도의 외규장각外奎章閣을 약탈한 300여권의 의궤儀軌에 포함된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판 여지도〉는 17세기와 18세기 전반까지 사실성과 예술성에서 가장 우수한 동아시아지도로 인정받고 있다.

사학자 배우성(裵祐晟, 1964- )의 「옛지도와 세계관」은 우리나라에서 특이하게 발달한 〈천하도天下圖〉의 실체를 해명했다. 천지의 구성, 해・달의 출입과 관련된 『산해경山海經』의 지명, 중앙 대륙과 내해・외해의 세부 구성을 동양 고전에서 빌려온 것은 지구설, 경위도 등 서구식 세계 지도에 투영된 천지 대응의 이미지를 동양적인 어법으로 말하고 조선적인 표현으로 그려낸 것이다.

미술사학자 안휘준(安輝濬, 1940 - )의 「옛지도와 회화」는 지도를 그린 화원의 시각과 기법이 한국회화사의 흐름과 어떻게 연관되었는지를 살폈다. 18세기에 이르러 진경산수화의 유행으로 입체적이며 아름다운 회화식 지도가 활발하게 제작되었다. 회화식 지도는 표현이 가능한 비교적 좁은 지역을 대상으로 제작된 도성도, 군현도, 산도山圖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산수 등 주변 자연환경과 모습을 산수화처럼 적극적으로 묘사하여 그 지역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지도였다.

옛 전통지도 제작자들은 땅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하여 생명체적 요소를 중요하게 여겼다.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대간大幹을 산맥의 대종으로 인식하고 거기서 흘러내린 물줄기를 풍수지리 사상에 입각하여 하나의 생명체로 파악하는 지도제작 태도였다. 옛 사람들의 지도는 산과 강의 모습과 땅위에 세워진 인문학적 문화요소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놓았기 때문에 실상 파악에 더욱 유용했다. 앞표지 그림은 1872년에 간행된 〈조선후기 지방지도 전라도 편〉의 정읍현이고, 뒤표지 그림은 순천 고돌산진古突山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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