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화인열전 2

대빈창 2023. 2. 6. 07:30

 

책이름 : 화인열전 2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역사비평사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 1707-1769) /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 1710-1760) / 호생관毫生觀 최북(崔北, 1712-1786?) /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5?) / 일몽一夢 이규상(李圭象, 1727-1799)

 

저자는 말했다. "인문학의 줄기는 문화사이고, 문화사의 꽃은 미술사학이며, 미술사학의 열매는 예술가의 전기"라고. 『화인열전 2』는 조선시대 4인 화가와 1인 회화평론가의 화론畵論을 소개했다. 표지그림은 단원의 〈자화상〉 종이에 담채 27.5x43.0cm 평양 조선미술박물관 소장. 두 권의 『화인열전』은 원색 사진을 비롯한 도판 180여 점을 실어 독자의 눈을 맑게 했다. 삼원三園, 삼재三齋 6인의 화가 가운데 4인의 전기를 담았다.

조선 회화의 전성기를 이끈 후기 화가를 흔히 삼원, 삼재로 불렀다. 삼원은 단원 김홍도,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생몰년 미상),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 삼재는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관아재 조영석 또는 공재 윤두서를 꼽았다. 삼원은 화원 출신의 전문화가였고, 삼재는 양반가의 문인화가였다. 삼재는 조선의 진경산수・남종화・풍속화의 토대를 구축했고, 삼원은 조선 회화의 황금기에 조선적 화풍을 통한 우리 회화의 변별력을 갖추었다.

현재玄齋는 조부 심익창이 두 가지 사건(과거 부정・왕세자 시해음모)에 연루되어 몰락한 가문 출신으로 고난의 비극적 생을 살았다. 대역죄인의 후손이라는 주홍글씨는 어용화사 임시직에 임명되었으나 한 달 만에 파면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의 그림은 제시題詩 한 편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소외의 아픔을 겪었다. 가난 때문에 죽어서도 시신을 염하지 못할 정도로 비참한 삶을 살았다. 부제 ‘고독의 나날 속에도 붓을 놓지 않고’는 살아생전 쓸쓸한 나날을 붓 끝에 실었던 현재의 심정을 담았다. 〈딱따구리〉 비단에 채색 25.0x18.0cm 개인소장.

능호관凌壺觀의 격조 높은 삶과 예술은 시・서・화 일체의 경지를 이루었다. 그의 그림은 문인적 삶의 표현이자 인격의 드러냄이었다. 고고하게 살면서 은일자로서의 정절을 지켰고, 누구보다 뛰어난 문인화의 세계를 보여주며 조선시대 회화사의 불멸의 명작을 남겼다. 〈설송도〉 종이에 수묵 117.2x52.9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호생관毫生觀은 실제로 그림을 그려 팔아 먹고 산 화가였다. 그는 조선시대 화가 중에서 가장 많은 일화를 남겼다. 스스로 개명改名한 이름 북北 자字를 둘로 쪼개 스스로를 칠칠七七이라 했다. 그는 부정적 사유와 반항적 기질로 기존의 통념에 도전한 낭만주의자였다. 〈공산무인도〉 종이에 담채 33.5x38.5cm 풍서헌 소재.

1779년 홍신유는 단원檀園 35세 때 시를 지어주면서 쓴 발문에서 “단원은 나이 30도 안되어 그림으로 세상에 이름이 남으니 무릇 하늘이 준 재주의 높음이다.”라고 말했다. 단원은 단군 갑자이래 최고의 화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뛰어난 화가였다. 김홍도의 예술은 조선 4백년 역사 속에 축적되어온 모든 예술적 업적을 한 몸으로 끌어안아 하나의 전형을 창조했다. 조선회화의 속화에서 공재, 관아재, 강희언 등은 서민은 삶을 사대부가 관조적으로 파악했다면 단원은 서민의 심성을 파고들어 나온 그림으로 말그대로 민중화가였다. 〈염불서승도〉 모시에 담채 20.8x28.7cm 간송미술관 소재.

이규상李圭象의 『일몽고一夢稿』(전12권7책)는 조선 후기의 인물 전기傳記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병세재언록幷世才彦錄』은 영・정조 시절의 잘 나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증언되었다. 부록은 서화가의 기록 「화주록畫廚錄」 전문과 「서가록書家錄」의 대부분, 「유림록儒林錄」, 「고사록高士錄」, 「문원록文苑錄」에서 화가들의 일생과 관계있는 부분의 기록을 발췌・해제했다. 마지막은 「화주록」의 조영석 편 일부분이다.

원화院畫의 폐단은 신채神彩의 드러남이 없어 진흙으로 빚어놓은 것 같다는 점이며, 유화의 폐단은 모호하고 거칠고 난잡하며 간혹 먹의 운용이 서툰 탓으로 필획이 두터우며 지면이 먹돼지(黑猪)나 칠까마귀(塗鴉)처럼 온통 새까맣게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조영석의 그림은 원법을 갖고 유화의 정체함을 제대로 펼쳐내고 있고, 또 식견과 의견도 갖추고 있어 하나의 물건, 하나의 형상 할 것 없이 모두 천지자연의 조화와 짝할 만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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