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지은이 : 오은
펴낸곳 : 문학동네
문학전문 출판사 《문학동네》는 두 개의 시집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재출간시집 〈문학동네포에지〉가 파스텔 톤의 표지라면, 〈문학동네시인선〉은 원색의 표지였다. 다른 출판사의 시집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인지 편집도 색다르다. |시인의 이력|은 뒤표지에, |시인의 말|은 앞날개와 간지에, 그리고 차례와 헌사獻詞가 이어졌다.
오은(1982 - )은 2002년 스무 살이 되던 해 엉겁결에 시인이 되었다. 대학 합격소식을 들은 다음날 한 문학지에서 등단을 축하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어리둥절했다. 그의 습작시를 아무 말도 않고, 형이 월간 『현대시』 ‘신인상 공모’에 투고했던 것이다. 그는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수재였다.
나는 그동안 시인의 첫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민음사, 2009), 세번 째 시집『유에서 유에게』(문학과지성사, 2016)를 잡았다. 현대문명의 부조리와 한국사회의 승자독식에 대한 비판을 특유의 말놀이로 형상화한 시편에 끌렸을 것이다.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부 구분없이 58편이 실렸다. 시인 김언은 해설 「너 혼자가 아니야, 단어야」에서 ‘동음이의어의 말놀이’ 시편으로 첫 시 「설」에서, 찬 공, 란드(land/rand), 날-감-병, 생물, 더 나아가 「래트맨(Ratman)」의 ‘쥐락펴락’에서 ‘쥐락’을 Lock-Rock-樂까지 동음 혹은 유사음을 다양한 의미로 활용한 시편을 얘기했다.
시인 정재학은 “한국 시에서 소홀히 취급되었던 언어유희의 미학을 극단까지 몰고 간다.”라고. 시인 이재훈은 “스스로 생장한 언어의 힘으로 새로운 시적 규율을 만들어가는 시인”이라고 말했다. 표제는 「아이디어」(134-136쪽)의 둘째 연(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엄습하는 것들을 사랑해)에서 빌려왔다. 마지막은 「지구를 지켜라」(63쪽)의 전문이다.
엄마, 왜 여태 일기를 쓰고 있나요 / 오늘도 온종일 집에만 있었잖아요 // 누나, 구인광고 좀 그만 들여다봐 / 사람을 구한다잖아, 사람을! // 당신, 가발 좀 항상 쓰고 있어요 / 이미 집 안은 충분히 밝다고요 // 할머니, 묵상 좀 그만하실 수 없어요? / 어차피 눈 떠도 캄캄하긴 매한가지잖아요 // 며늘애야, 이 마당에 소고기나 굽는 게 말이 되니 / 돈 안 들이고 미치는 방법도 많이 있단다 // 여보, 문에 자물통 좀 그만 채워요 / 내 미모를 탐낼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니까요 // 아들아, 뭔 놈의 지구를 지킨다고 그리도 호들갑이니 / 설거짓감이 저렇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