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연어
지은이 : 안도현
펴낸곳 : 문학동네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첫 문장이다. 나는 진즉에 시인 고형렬의 놀라운 산문집 『은빛 물고기』를 통해 연어의 생태를 배웠다. 연어는 9-11월 자기가 태어난 강을 거슬러 오르는 모천 회귀성 어류다. 자갈이 깔리고 물살이 약한 여울에 직경 1m, 깊이 50cm 크기의 산란터에 앵두빛 알을 대략 2천-3천개 낳았다. 물의 온도는 섭씨 7-8℃가 적당하며 부화기간은 2개월이다.
우리나라의 강원 고성 명피천, 삼척 오십천, 경북 울진 왕피천, 경남 하동 섬진강, 울산 태화강은 연어의 모천이다. 북태평양에서 캄차카 반도를 거쳐 돌아오는 연어는 45,000km 이상을 헤엄쳤다. 우리나라는 양양연어사업소에서 이른 봄에 어린 연어 3억 마리 이상을 방류한다. 회귀율은 0.5%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주인공 은빛연어는 시속 400km로 이동하는 300마리 연어떼의 중간에서 움직였다. 연어떼의 지도자 턱큰연어의 지시로 눈에 띄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특이한 빛깔의 은빛연어를 물수리가 덮쳤다. 대신 누나연어가 물수리의 날카로운 발갈퀴에 희생되었다. 자기 몸에 큰 상처를 입으면서 눈맑은연어는 불곰의 공격에서 은빛연어를 구했다. 눈맑은연어는 은빛연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만이 사랑에 빠진 수 있는 거야.”
초록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은빛연어는 강한테 아버지의 얘기를 들었다. 은빛 비늘의 아버지는 500마리 연어떼를 이끄는 지도자였다. 아버지는 후손 연어들을 위해 인간이 만든 손쉬운 길을 버리고 폭포를 뛰어넘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연어떼는 마지막 고비 폭포 앞에서 전체회의를 열었다. 과학자 빼빼마른연어, 웅변가 주둥이큰연어, 운명철학자 족집게연어, 교사 지느러미긴연어가 등장하여 나름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과학자 연어가 폭포를 오를 수 있는 인간이 만든 길을 탐사하고 죽었다. 연어무리는 은빛연어의 설득으로 인간이 만든 쉬운 길이 아닌 폭포를 뛰어넘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징검다리를 지나쳐 상류 여울에 도착한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는 무사히 산란을 마쳤다.
내가 《지혜의숲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은 21년 10월에 발간된 1판153쇄였다. 『연어』는 1996년 3월 첫 출간이후 2007년에 100쇄를 출간했고, 100만부 판매를 돌파했다. 해외번역판도 10여개국에서 잇따라 출간되었다. 나는 그동안 시인 안도현(安度眩, 1961 - )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간절하게 참 철없이』, 詩作法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그리고 『백석평전』을 잡았다. 출간된 지 25여 년의 세월 묵은 스테디셀러 ‘어른을 위한 동화’를 이제 손에 펴들다니. 내친김에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도 대여해야겠다.
등굽은연어를 보고 은빛연어는 “아마 인간의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색깔도 냄새도 없는 물 때문 일거야.”라고 인간의 생태계 파괴를 경고했다. 시인의 고향 경북 예천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강이었다. 4대강사업으로 그 아름답던 강은 풀밭으로 덮여갔다. 시인은 대학시절부터 살아왔던 전북 전주의 40년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경북 예천으로 돌아왔다. 마치 연어처럼. 가장 먼저 고향의 자연・역사・문화를 알리는 잡지 『예천산천』을 창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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