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화인열전 1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역사비평사
연담蓮潭 김명국(金明國, 생몰년 미상) /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1715) /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 1686-1761) /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 / 선주仙舟 남태응(南泰膺, 1687-1740)
『화인열전 1』은 조선시대 4인 화가의 전기와 1인 회화평론가의 화론畫論을 소개했다. 저자는 학창시절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가 지은 『가장 유명한 화가, 조각가, 건축가들의 일생』(1568)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위대한 예술가가 자기 예술을 완성하기 위한 작가적 집념과 인간적 고뇌가 감동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 우리에게는 그런 미술가 열전列傳이 없었다.
저자는 서양화가 고흐나 피카소가 우리 화가 겸재나 단원보다 더 잘 알려진 우리의 무심한 현실을 반성했다. 계간지 『역사비평』 1990년 봄 호부터 2000년 봄 호까지 10년 동안 “조선시대 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연재했다. 추사 김정희는 『완당 평전』(학고재, 2002)으로 출간되었고, 여덟 명의 전기는 『화인열전畫人列傳 1・2』로 묶었다. 1986년 2월 ‘역사인식의 심화와 대중화를 통해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하기 위해 출범한 《역사문제연구소》는 87년 6월 항쟁 때 무크지 『역사비평』을 처음 선보였다.
연담蓮潭의 〈달마도達磨圖〉는 몇 가닥 선의 활달한 필치로 달마대사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담묵淡墨의 속필速筆로 달마의 이국적 풍모와 깊은 정신세계를 인상 깊게 드러냈다. 연담은 인조시대 화가로 당대의 이단・기인으로 조선시대 화단에서 가장 개성적인 작가였다. 〈달마도〉 종이에 수묵담채 83.0x57.0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공재恭齋는 조선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새로운 회화관・화법畵法을 제시한 한 시대 회화의 선구자였다. 한국 회화사상 최초의 자화상은 우리나라 초상화 중 최고 걸작으로 회화로 드물게 국보로 지정되었다. 〈자화상〉 종이에 담채 38.5x20.5cm 해남종가 소장.
관아재觀我齋는 그림이란 현실 속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정신이 투철했다. 그가 그린 인물은 화보 속의 인물이 아니라 현실 속의 인물이었다. 서민들의 삶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많은 속화俗畵를 그렸다. 〈설중방우도雪中訪友圖〉 종이에 담채 115.0x57.0cm 조용구 소장. 현존하는 관아재의 작품 중 가장 큰 대작으로 묘사의 사실성, 소재의 현실성, 인물의 조선풍, 그림에서 풍기는 문기文氣는 한국 회화사상 불멸의 명작으로 손꼽혔다. 겸재謙齋는 중국풍의 그림을 답습하던 종래 화가들의 관념산수에서 벗어났다.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직접 사생하여 감동적으로 표현한 진경산수의 창시자였다. 겸재의 3대 명작을 꼽으라면 누구든 〈금강전도〉 종이에 담채, 130.6x94.0cm 호암미술관 소장. 〈박연폭포〉, 〈인왕제색도〉를 염두에 둘 것이다. 부제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는 그림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겸재의 예술적 열정과 의지를 나타냈다.
「청죽화사聽竹畫史」는 남태응의 미간문집未刊文集 육필본肉筆本 『청죽만록聽竹漫錄』의 별책別冊인 「청죽별지聽竹別識」의 맨 뒷부분에 들어있는 화평이었다. 조선 초기의 안견부터 숙종 연간의 윤두서에 이르기까지 역대 명화가들의 특징 설명, 자신의 비평적 견해를 담았다. 마지막은 삼화가유평三畵家喩評의 도입부(347-348쪽)다.
문장가에 삼품三品이 있는데 신품神品, 법품法品, 묘품妙品이 그것이다. 이것을 화가에 비유해서 말한다면 김명국은 신품에 가깝고, 이징은 법품에 가깝고, 윤두서는 묘품에 가깝다.
이것을 학문에 비유하자면 김명국은 태어나면서 아는 자(生而知之), 윤두서는 배워서 아는 자(學而知之), 이징은 노력해서 아는 자(困而知之)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루어지면 매한가지이다.
또 이것을 우리나라의 서예가에 비유해서 말하자면 김명국은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 이징은 석봉石峰 한호韓濩, 윤두서는 안평대군安平大君 이용李瑢 류에 속한다.
김명국의 폐단은 거칠음(麤)에 있고, 이징의 폐단은 속됨(俗)에 있고, 윤두서의 폐단은 작음(細)에 있다. 작은 것은 크게 할 수 있고, 거친 것은 정밀하게 할 수 있으나, 속된 것은 고칠 수 없다. 김명국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며, 윤두서는 배울 수 있으나 이룰 수 없고, 이징은 배울 수 있고 또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