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체르노빌

대빈창 2023. 6. 2. 07:00

 

책이름 : 체르노빌

지은이 : 앤드류 레더바로우

옮긴이 : 안혜림

펴낸곳 : 브레인스토어

 

나의 독서이력에서 핵(원자력)발전소에 관련된 책은 대략 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적지 않은 분량을 손에 잡았다. 나는 원전에 대한 얕은 지식의 소유자지만 단언하건대 핵발전소 폐기론자다. 지은이 앤드류 레더바로우Andrew Leathebarrow는 낯설었다. 해외․국내에서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의 촬영 자문을 맡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에 대한 최고 전문가’라고 한다. TV하고 담을 쌓고 사는 나에게 미드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저자는 스코틀랜드의 애버딘셔Aberdeenshire에 사는 26살의 가난뱅이 실업자였다. 2011년 체르노빌의 출입금지구역을 찾아가는 여행(천 파운드의 여행경비를 눈물겹게 마련)을 감행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 5년 동안 각본대로의 정보공개는 사람들 눈을 흐려놓았다. 저자는 읽을 만한 책을 찾다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고 직접 쓰기로 했다. 책의 부제는 ‘세계를 경악시킨 체르노빌 재앙의 진실’로 체르노빌에서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그런 참사가 일어났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고,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를 풀어나갔다.

우크라이나 국경근처 늪이 많은 지역에 1970년부터 V. I. 레닌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었다. 작은 마을 체르노빌에서 북서쪽으로 15㎞ 떨어진 지점이었다. 소련의 아홉 번째 원자력도시 아토모그라드Atomogrand가 될 프리퍄티는 3㎞ 근방에 건설되었다. 1977년 1호기, 1978년 2호기, 1981년 3호기, 1983년 4호기가 가동되었다. 각 원자로는 7m 높이에, 너비가 11.8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로 1986년 RBMK-1000 원자로가 14기 가동되고, 8기가 건설중이었다. 5호기는 1986년말 완공예정이었다.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를 막 지난 시각, 체르노빌 4호기 원자로 검사가 시작되었다. 그날밤 발전소에는 남녀직원 176명이 있었고, 남동쪽으로 몇 백미터 떨어진 5호기 건설현장에 286명이 일하고 있었다. 검사를 하면서 열출력 기준으로 1,500메가와트megawatt를 유지해야 하는 출력 수준이 3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차석 엔지니어는 시험을 중단하지 않았다. 새벽 1시23분40초 운전원은 긴급정지를 시키려고 EPS-5 비상 안전버튼을 눌렀다. 그날밤 대기로 퍼져나간 방사성 입자의 양과 강도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0배에 달했다. 발전소 전역에 흩뿌려진 원자로 연료와 흑연 몇 백톤은 반영되지 않은 숫자였다.

체르노빌 발전소 직원들은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들이 도망쳤더라면 1호기, 2호기, 3호기 모든 원자로가 폭발했을 것이다. 37개 소방대에서 출동한 81대의 소방차와 186명의 소방관이 불길과 싸워 새벽 6시35분 무렵, 원자로를 제외한 불길을 잡았다. 1986년 한해 동안 약 11만6천명이 170개 마을과 도시를 떠났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에서 22만명이 더 이주했다. 청산인Liquidator(참사의 영향을 씻어내는 사람들)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986년부터 1987년까지 약 24만명이 30㎞ 출입금지구역에서 일했다. 1990년까지 60만명에 달했다. 체르노빌은 겉흙과 길이 모두 교체되었다. 총 30만㎥의 흙을 걷어내 구덩이에 묻었고 그 위를 콘크리트로 덮었다.

이미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400배가 넘는 방사선을 방출했던 체르노빌의 방사선 물질의 양은 74만㎥에 달하며, 몇 천년동안 방사능을 뿜어낼 것이다. 수백 만명을 죽일만한 풀루토늄을 포함헸다. 옛 소련은 폭발사고 6개월 만에 사르코파커스(sarcophagos, 石棺)를 4호기에 뒤집어 씌웠지만 방사능 유출로 이미 취약해졌다. 4호기를 감싸는 새로운 구조물 ‘차폐물The Object Shelter’은 금속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졌다. 2021년에 완공된 차폐물은 가로 252m, 세로 147m, 높이 103.5m에 달했다. 앞으로 최소한 백년동안 방사능 유출을 차단할 것이다.

저자는 말했다.  “지금 당장 세계적으로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법은 원자력 발전밖에 없는 듯(42쪽)”하다고. 1테라와트시 전력을 생산할 때마다 사망자는 석탄은 170명, 석유 36명, 바이오 연료 24명, 풍력 0.15명, 수력 1.4명인 반면 원자력은 0.09명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강변했다. 문제는 다른 연료는 일회성 사고에 그치지만 원자력(핵) 사고는 인류가 유일하게 살아가야 할 지구를 영구적으로 파괴한다는데 있다. 내가 보기에 체르노빌 원전사고 최고 전문가는 원전마피아의 구미를 당기는 핵발전소 찬성론자로 보였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는 근원적비관주의자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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