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닭이 봉황 되다

대빈창 2023. 5. 26. 07:00

 

책이름 : 닭이 봉황 되다

지은이 : 최창조

펴낸곳 : 모멘토

 

나는 2000년대 앞뒤로 풍수지리학자 최창조(崔昌祚, 1950 - )의 책을 예닐곱 권 잡았다. 내 방의 책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거나, 군립도서관의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요즘 들어 그 책들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손에 펼쳤다. 풍수지리학자는 7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며 《모멘토》에서 두 권의 산문집 『풍수잡설』과 이 책을 냈다. 저자는 2000년 『땅의 눈물 땅의 희망』(궁리)을 낸 이후 소식이 없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소심한 성격 탓으로 지나친 음주벽飮酒癖에 빠졌었다고 했다. 하지만 무대책의 허송세월이 아닌 남독濫讀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책을 잡았다. 『닭이 봉황 되다』는 풍수지리학자의 독서일기였다.

머레이 북친의 『휴머니즘의 옹호』, 버트란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비외른 롬보르의 『회의적 환경주의자』, 오강남의 『예수는 없다』, 일연의 『삼국유사』,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퍼시벌 로웰의 『조선 사람들』 등 각 글의 제사題詞는 수십 권의 책에서 인용한 구절이었다. 1부, ‘글만 보고 뜻을 해석한다’는 이론에 치우쳐 현실을 깨닫지 못한 회한과 인간의 탐욕이 빚어 낸 막 된 세상에 대한 연민 등 41편의 글을. 2부 ‘근원으로 돌아가는 길’은 풍수의 의미, 현실의 동서양 풍수, 인간적 지리학의 장례․환경 문제의 실천적 입장 등 43편의 글을 담았다.

첫 글 「인생의 끝은 무덤, 그 삶의 의미」는 망우리 공동묘지를 찾으며, 허무를 느끼기 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욕망을 누를 수 있을 뿐이다. 마지막 글 「환경운동의 위선적 요소」는 사회생태주의자 머레이 북친이 풍수를 접했다면 생태신비주의로 분류하고, 반기술․반문명적 성격이 강한 이들은 인간의 개입을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인간성 자체를 부정한다고 했을 것이다. 까지 대부분 1-3쪽의 글들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표제글 「닭이 봉황 되다」는 계변봉황鷄變鳳凰으로, 상상 속의 봉황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숭앙받는 새다. 그런데 하급의 닭이 최상급의 봉황으로 변할 수 있다. 풍수의 가르침 풍수무전미風水無全美는 완벽한 땅이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자생풍수自生風水의 각종 비보책裨補策이 등장했다. 땅의 기운이 너무 센 곳은 눌러 주고, 약한 곳은 북돋워주는 땅의 풍수적 치료법이다.

글을 읽어나가다 풍수지리학자의 현실순응주의(?)에 고개가 갸웃거린 부분이다. ‘핵무기가 아닌 원자력 발전소는 어떤가? 전력원의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다른 대안이 당장 있는가? 무엇보다 농업 기술의 발전, 특히 최근에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유전자 변형 식품은 어떤가? 당장 배고픔을 면할 수 있다면’(42쪽) 이 땅의 지식인으로 무책임(?)한 말이 아닌가? 2011. 3. 11.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을 보았다면 저자의 생각은 바뀌었을 것이다. 원전마피아의 돈벌이에 왜 민중들의 죽음을 담보로 잡는가. 도시인들의 불야성을 위해 왜 한적한 어촌공동체가 죽음의 땅으로 전락하는가. 유전자 변형 식품은 먹고 안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다. 현재 지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전 인류가 먹고 남아돌았다. 문제는 갖은 자들의 탐욕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극단적인 양극화가 빚어낸 기아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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