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지은이 : 진이정
펴낸곳 : 문학동네
문학책을 잡다보면 진. 이. 정. 이름 석자가 가끔 눈에 띄었다. 요절한 시인이었다. 온라인 서적을 검색했다. 시인이 죽은 지 두달 만에 나온 시집(세계사 간행)은 절판된 지가 오래되었다. 도서관에서 시인 유하의 산문집 『추억은 미래보다 새롭다』를 대여했다. 거기서 시인을 다시 만났다. 마침 2022년 10월, ‘문학동네포에지 52’로 시집이 나왔다. 유고시집이 28년 만에 재출간된 것이다.
얇은 시집의 표지를 열자, 서문을 시인 유하가 대신 썼다. 산문집에서 보았던 눈에 익은 글이었다. 시인 유하에 따르면 총 40편의 시 중에서 표제시면서 10편의 연작시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를 포함한 절반의 시들은 시인이 세상을 뜨기 전에 몰아 쓴 시였다. 나머지는 유하와 진이정의 2인 동인시절,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쓴 작품 중에서 골랐다고 한다. 함성호 시인은 말했다. 젊은 시인들의 모임 ‘21세기 전망’은 시인이 타계한 지 30주년이 되는 2023년에 생전에 발표하지 않은 시와, 시론, 산문을 모아 전집으로 발간할 계획이라고.
시인 진이정(1959- , 본명 박수남)는 강원 춘천 태생이다.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1993년 서른네 살에 세상을 떠났다. 「밤 그리고 또 무엇이」(83-85쪽)의 제사題詞는 함성호의 詩 「비와 바람 속에서」의 한 구절이었다. 고인의 친구였던 시인 유하는 이렇게 평했다. “그의 시가 긴 세월 언어의 산화를 견디며 더욱 새로워져 있다는 것에 놀란다.······. 외로웠지만, 그만의 방외의 언어를 끝까지 고수했기에 비로소 낡지 않은 새로움을, 새로움의 시적 영토를 갖게 되었다.”고. 마지막은 「어느 해거름」(90쪽)의 전문이다.
멍한, // 저녁 무렵 / 문득 / 나는 여설 살의 저녁이다 // 어눌한 / 해거름이다 // 정작, // 여섯 살 적에도 / 이토록 / 여섯 살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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