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

대빈창 2023. 5. 30. 07:00

 

책이름 : 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

지은이 : 고규홍

그린이 : 김근희․이담

펴낸곳 : 아카이브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은 국제수목협회에서 2000년 세계에서 열두 번째,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이라는 인증을 받았다. 사람이 지어 낸 인공숲이 마치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연숲의 풍경으로 가꾸어졌다는 점을 높이 샀다. 18만평의 수목원은 2009년,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1/10정도만 공개된 비밀의 정원이다. 한국인으로 귀화한 민병갈 원장의 30년 노력으로, 1만5천 종의 식물이 자라는 공간이다.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은 일간지 신문기자로 세상사에 부대끼던 마흔 살 무렵 천리포수목원에서 두 달을 홀로 보냈다. 그 인연으로 저자는 12년간 일주일에 한두 번 수목원을 찾았다. 2000년 5월에 첫 시작한 ‘나무편지’가 11년 동안 200통의 편지에 1,500종의 식물과 2,000장의 사진을 담았다. 『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는 천리포수목원의 나무와 꽃 그리고 살림살이에 대한 에세이였다. 5부에 나누어 실린 30편의 글에 90여종의 나무와 풀, 화가 김근희․이담의 그림 70여 컷이 담겼다.

1부 ‘하늘과 바람, 별이 지어낸 신비’는 잎사귀가 여덟 갈래로 나누어진 팔손이는 우리나라 토종식물. 가을 되면 떨어지는 잎이 깃털처럼 생겨 이름을 얻은 낙우송落羽松. 봄맞이 꽃 복수초, 노루귀, 크로커스, 설강화, 얼레지. 여러 장의 가느다란 꽃잎이 모여 피어나는 큰별목련. 표지그림의 꽃잎 안팎이 모두 짙은 붉은 색의 불칸목련. 목련꽃의 수술과 암술이 딱딱한 것은 벌이 지구상에 나타나기 전의 오래된 식물이라는 증거로 목련은 수정 매개 곤충으로 딱정벌레를 유인. 잎색이 세 번 바뀌는 삼색참죽나무는 천리포수목원의 대표급 명물. 햇살이 스며들어 얇고 투명한 잎사귀에 선명하게 돋아나는 잎맥이 예쁜 ‘실핏줄단풍’.

2부 ‘가만히 보고 있으면 들어오지요’는 특정야생식물로 지정된 희귀종 흰진달래. 큰개불알꽃은 남부지방에서 흔히 눈에 뜨이는 두해살이풀. 우리나라의 자생 제비꽃은 40여종. 자가수분自家受粉으로 번식력이 뛰어난 서양민들레. 닭의 벼슬을 닮은 ‘닭의장풀’은 우리 토종풀꽃. 꽃무릇(석산)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 꽃과 잎이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相思花. 잎의 무늬가 다양한 구실잣밤나무, 줄사철나무, 식나무, 아이비. 밥풀떼기처럼 꽃이 다닥다닥 붙어 피어나는 박태기나무. 가지가 셋으로 갈리는 삼지三枝닥나무. 나무줄기가 층층이 규칙적으로 뻗어나가는 층층나무. 잎이 나는 방식에서 멋진 규칙을 보여주는 유카나무.

3부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는 수선화, 아이리스(붓꽃)에 얽힌 그리스 신화. 네덜란드의 ‘튤립 공황’, 조매화鳥媒花 동백冬栢과 산기슭에 사는 작은 텃새 동박새. 우리나라 고산지대 자생식물 만병초萬病草. 꽃의 향기가 독특하고 강렬한 초령목招靈木. 열매의 붉은 점액에 파리가 꾀어 제주도에서 ‘똥나무’로 불리던, 일본인들이 관상수로 키운 돈나무. 천리포수목원의 게스트하우스.

4부 ‘더불어 살아가기’는 지피地皮식물 빈카(Vinca), 수호초. 유달리 벌과 나비를 비롯한 온갖 곤충을 끌어들이는 개미취의 일종 ‘진다이’. 뻐꾹나리와 검정꼬리박각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완도호랑가시나무는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의 자연교잡종. 멸종 위기식물 매화마름, 선모시대(울릉도 자생식물). 경기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 경남 의령 백곡리 감나무. 우리나라에 딱 한 종만 있는 특산식물 희귀종․멸종위기 식물 미선나무. 하얀 꽃잎에 노란 무늬가 선명한 멸종위기 노랑무늬붓꽃. 농부들이 논을 갈아엎어도 조각난 줄기 가운데 뿌리를 내린 마디 한쪽부분 만으로 살아남는 매화마름. 흉측한 가시로 무장한 어린 음나무, 낙타의 키 높이만큼만 가시를 돋아내는 이란주엽나무. 손가락에 끼우는 ‘골무’를 뜻하는 디기탈리스. 길고 가는 잎이 축축 처지는 부탄소나무. 평남에서 전남까지 서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가의 팥꽃나무. 농부들이 상서로운 조짐으로 받아들이는 풍년화.

5부 ‘고요의 숲에서’는 겨울 내내 꽃을 피우는 가을벚나무. 섣달에 꽃을 피운다고 붙여진 이름 납매臘梅. 한여름에 피어나는 리틀젬목련. 잎사귀 한 장이 23㎝, 너비 10㎝로 자라는 목련 태산목. 원자폭탄이 투하된 폐허의 땅 히로시마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어성초(魚腥草, 약모밀)와 은행나무. 꽃잎처럼 보이는 포苞와 벌과 나비를 모으려 무성화無性花, 가짜꽃僞花를 발달시킨 약모밀, 수국. 잎의 마주나기(대생對生)의 목서, 어긋나기(호생互生)의 호랑가시나무, 가지 끝에서 모여 나는 뿔남천. 성탄절에 꽃을 피우는 ‘크리스마스 로즈’ 헬레보러스 나이스, 사순절에 꽃을 피우는 ‘사순절의 장미’ 헬레보러스 오리엔탈리스. 꽃가장자리의 넉 장의 포가 예수의 십자가를 닮은데서 ‘십자가나무’ 또는 ‘예수 그리스도 나무’로 불리는 꽃산딸나무. 씨앗이 큰 스님의 염주로 쓰이는 우리 토종식물 모감주나무. 땅위에서 숨을 쉬는 뿌리(氣根)를 발달시킨 식우송.

나무칼럼니스트는 말했다. “나무는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사람살이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생명체입니다. 그가 사람의 언어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그는 필경 제 곁을 스쳐간 사람살이를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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