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눈 속의 구조대
지은이 : 장정일
펴낸곳 : 민음사
시인 장정일(蔣正一, 1962- )은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강정 간다」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1987년 희곡 「실내극」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1988년 『세계의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펠리칸」을 선보였다. 시인은 그동안 칼럼니스트, 에세이스트, 서평가 등 여러 분야에서 글을 발표했다.
그가 28년 만에 시인으로 돌아왔다. 『천국에 못 가는 이유』(문학세계사, 1991)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시집을 펴냈다. 시집은 표사나, 동료 문인의 발문, 문학평론가의 해설, 심지어 시인의 말도 없었다. 2019년에 출간된 시집을 나는 4년 만에 펼쳤다. 부 구분 없이 달랑 55편의 시만 실렸다. 같은 제목의 詩가 「X」가 2편, 「K2」가 3편, 「시」가 2편, 눈에 뜨였다.
나에게 장정일하면 1987년 당시, 최연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 『햄버거에 대한 명상』(문학과지성사)이었다. 시인은 ‘맛이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 레시피를 썼고, 현대 자본주의 문명을 비판했다. 35여년이 흐른 지금, 이 땅은 햄버거 체인점 천지가 되었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52-53쪽)의 1연이다.
2018년 3월 20일 / 맥도날드 경희대학교점이 폐점했다 / 어찌 이 날을 울지 않고 지나가랴? / 온통 맥도날드가 널려 있는 세상에 / 맥도날드가 없는 동네라니 / 우리는 노스트라다무스가 되었다
시인의 펜은 세월의 흐름에 무뎌지지 않았고 여전히 뾰족했다. 그의 직설화법과 노골적 표현은 시인의 글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시편마다 거의 등장하는 단어가 ‘항문’이었다. 아래는 시인의 자의식이 드러난 「양계장 힙합」(64-68쪽)의 구절이다.
나는 문예지를 볼 때(2019년 기준) 시인들의 약력부터 보고, 1990년생 이전 태생이라면 거들떠도 안 봐. 등단한 지 10년만 되면 모조리 폐닭, 쉰 내 나는 쉬인이지.
나는 김수영 장정일입니다. 포르노 작가라고 비웃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올시다.
사족을 붙이자면 장편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김영사, 1996)는 외설 시비에 휘말렸고, 법원의 최종 판결은 유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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