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숲과 상상력
지은이 : 강판권
펴낸곳 : 문학동네
‘나무 인간’, ‘나무 인문학자’, ‘수학자樹學者’ 강판권(1961- )은 그동안 30여 권의 나무에 관한 책을 펴냈다. 『숲과 상상력』은 내게 일곱 번째 책이었다. 부제 ‘나무 인문학자의 숲 산책’이 가리키듯 지난 6년여 동안 전국 숲을 찾아다닌 결실이었다. 숲에 얽힌 사연, 숲의 특징, 숲에 대한 단상 등 3부에 나뉘어 25편의 글을 담았다.
1부 '사찰과 숲'은 사찰 숲 여섯 곳을 다섯 글에 담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나무 숲은 강원 평창 월정사와 전북 부안 내소사 진입로 숲길이다. 월정사의 전나무가 산자락에 자라는 반면 내소사의 전나무는 평지에서 자란다. 충북 보은 법주사의 오리 숲은 일주문에서 시작되는 5리에 걸친 숲으로 갈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 종류가 많다. 농산정籠山亭에서 시작되는 경남 합천 해인사 소나무 숲은 산길이 가파르다. 경북 영천 은해사의 소나무 숲은 역사적인 숲길이다. 1714년 조선 숙종은 사찰 입구의 땅을 매입하고 소나무를 심었다. ‘금포정禁捕町-잡는 것을 금지하는 경계’ 소나무는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했다. 천연기념물 비자나무가 숲을 이룬 유일한 사찰 전남 장성 백양사 비자나무숲.
2부 '역사와 숲'은 역사의 현장으로서의 숲 열한 곳을 소개했다. 500-800년 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의 구좌읍 천연자생수림군락 제주도 비자림. 2003년 인공적으로 조성된 전남 담양 죽녹원 대나무숲. 경북 경주 계림의 원 이름은 시림始林으로 김알지의 탄생설화가 서렸고, 신라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천연기념물 제93호로 50여 종류의 나무의 군락 강원 원주 성황림. 최치원이 함양 태수로 지내면서 위천의 홍수방지로 조성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국 최초의 인공 숲 함양 상림. 상수리나무 숲의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융릉, 소나무 숲의 정조와 부인 효의왕후 김씨의 건릉.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조선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서울 종로 종묘의 참나무가 중심을 이룬 숲. 제주 4․3항쟁의 역사적 현장 제주절물자연휴양림. 척박한 토양과 해풍의 영향으로 곧게 자라지 못하는 안강형 소나무의 경북 경주 삼릉 소나무숲. 해발 약 1,200m의 높은 산 강원 횡성 청태산靑太山의 잣나무숲. 문경새재를 걸으면서 단풍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경북 문경 단풍나무숲.
3부 '사람과 숲'은 숭고한 정신의 소유자들이 조성한 숲 9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1917년 농원 설립자 김오천이 직접 심은 보호수로 지정된 매실나무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 1956년부터 21여 년간 산림을 복원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은 춘원春園 임종국林種國의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숲.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살려 낸 강가의 십리대밭 울산 태화강 대나무숲. 마을앞 동복천同福川을 따라 700미터나 뻗은, 둔동마을 사람들이 지키는 마을 숲 전남 화순 숲정이. 운봉 해발 500m의 사람들이 심어 만든 단일수종 마을 숲 전북 남원 서어나무숲. 1991년부터 1년생 자작나무 1만2000여 그루를 심은 사진작가 원종호가 조성한 강원 횡성 자작나무숲. 수해방지 하천 둑에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조성한 천연기념물 전남 담양 관방제림. 소나뭇과의 늘푸른나무로, 1920년대 국내에 도입되자마자 심은 80-90살로 국내 최고령인 전북 무주 덕유산 독일가문비숲. 전남이 2013년 중요농어업유산 제1호로 지정한 산수유 시목지始木地의 산동면 계척마을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
나무인간은 맺음말 「마음의 소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무는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나무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나무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나무는 인간 없이도 살 수 있다.”(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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