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신, 만들어진 위험

대빈창 2023. 9. 13. 07:00

 

책이름 : 신, 만들어진 위험

지은이 : 리처드 도킨스

옮긴이 : 김명주

펴낸곳 : 김영사

 

영국 〈프로스펙트〉가 전 세계 100여 개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뽑은 세계 최고 지성 1위. 1976년 출간되어 40년 가까이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문제작 『이기적 유전자』의 압도적 명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나는 섬을 떠나는 후배가 물려 준 책으로 얼마 전에야 만났다. 내가 저자를 처음 만난 책은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 논증으로 증명한, 이 땅에서 2007년 출간된 『만들어진 신』이다.

다윈 이후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로 손꼽는 도킨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신론자이기도 했다. 그는 15살 때 신앙을 버렸다. ‘사람들은 왜 태어나는 곳에 따라 신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소박한 의문 때문이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 부모를 따라 그들 나라의 신 또는 신들을 믿는다.······. 만일 그 신앙 중 하나가 옳다면 어째서 여러분이 태어난 나라에서 우연히 물려받은 신앙이 옳아야 하는가?”(21쪽)

책의 카피는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시작된 당신에게’였다. 원제 『Outgrowing God』는 ‘성장해서 더 이상 신을 믿지 않게 된다’라는 뜻이다. 『신, 만들어진 위험』은 1․2부에 나뉘어 각각 6개씩, 12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 ‘신이여, 안녕히’는 성서의 모순, 부정확성, 표절, 부도덕한 훈계 등을 따져가며 진실을 해부했다. 그리스도교의 공식 경전으로 합의된 네 권의 정경正經이 최종적으로 정해진 것은 바올로가 죽고 나서 몇 백 년 후였다. 만일 노아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노아의 방주가 멈춘-터키의 아라라트산 장소에서 모든 동물이 퍼져나가는 패턴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실제는 각 대륙과 섬마다 그곳의 독특한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다.

신학자들은 『성경』의 구절에서 뭔가 앞뒤가 맞지 않으면 상징이라거나,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비유라고 떠들면 그만이다. 복음서들은 서로 모순되고 날조, 표절, 번역오류, 증거 불충분으로 가득하다. 성서의 신은 자비롭기는커녕 인종청소, 심리조작, 살인, 아동학대를 조장하거나 방관했다.

2부 ‘진화,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생물학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생명 진화의 복잡성을 다루었다. 다윈의 자연선택은 상황을 더 좋게 만드는 돌연변이가 일어난 생물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고, 그 돌연변이 유전자를 포한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한 가능성이 더 높다. 다양한 생명체와 고도로 복잡한 신체 기관은 수많은 세대를 거치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결과였다.

사람들은 왜 신을 믿느냐는 물음에 ‘성서 때문에’, ‘성서는 우리가 선하게 살도록 돕는 책이기 때문에’라고 답한다. 저자는 그 이유가 왜 합당하지 않은지를 밝혀나갔다. 역사적 사실은 이슬람교가 군사정복 때문에 아라비아에서 중동과 인도아대륙으로 전파되었고, 그리스도교가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를 침략한 스페인 정복자들을 통해 확산되었다. 도킨스는 말했다 “과학은 당황스럽거나 충격적일 수 있지만, 우리는 이성이 이끄는 방향이 매우 놀랍더라도 그걸 따라갈 용기가 필요하다. 찰스 다윈과 갈릴레이 갈릴레오, 아이작 뉴턴, 알프레드 베게너 등 ‘신의 섭리’라는 논리에 맞서 진실을 추구했던 사람들의 지적 용기에 영감을 받아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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