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동양미의 탐구

대빈창 2023. 11. 22. 06:01

 

책이름 : 동양미의 탐구

지은이 : 허영환

펴낸곳 : 학고재

 

『동양미의 탐구』는 미술사학자 허영환(許英桓, 1937- )의 학술논문과 잡지에 발표한 글들을 모았다. 책은 한국과 중국의 회화사를 비교하며 동양미의 아름다움을 탐구했다. 1부 ‘중국의 미술’의 4편, 2부 ‘조선시대의 미술’의 8편, 3부 ‘한국의 근대미술’의 4편, 그리고 4부 ‘동양화 감상하기’는 장르별 동양화에 대한 짧은 글 10편을 담았다.

1부, 종이에 그린 여러 장의 그림(繪)을 나무판자, 석판, 동판에 붙여 조각 (刻)한 것을 먹과 색을 써 찍은(印) 다음 모아서 책으로 만든(成冊)것이 화보. 중국 화보畵譜의 효시는 12세기 초엽(1120경), 북송北宋 선화(宣和, 1119-1125) 연간에 간행된 휘종 황제 칙찬의 《선화화보宣和畵譜》로 거의 9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 원대의 회화혁명은 극히 사실적이고 정밀하고 화려한 그림은 쇠퇴하고, 필묵은 단정하고 고상한 사군자화가 드러난 것. 《목란도木蘭圖》는 건륭황제가 목란위장木蘭圍場에서 수렵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4개의 장권(長卷, 긴 두루마기) 그림으로 표구한 네 그림의 전체 길이는 118m.

2부, 중국에서 12세기부터 간행된 각종 화보 가운데 조선의 화가들에게 가장 많이 영향을 준 것은 《고씨화보顧氏畵譜》(1603), 《당시화보唐詩畵譜》(1620경), 《십죽재화보十竹齋畵譜》(1644),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1679). 조선중기 풍속화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1808 이후)의 전해지는 그림은 모두 59폭. 판교 정섭의 대표작은 61세 때 비온 뒤의 대나무를 그린 《우후신황도雨後新篁圖》로 회화사상, 서체, 화법 등을 모두 볼 수 있는 작품. 추사 김정희가 58세 때(1844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하며 그린 《세한도》는 국보 제180호로 추사가 쓴 20행 295자의 자서自序, 청나라 명사 16인, 1949년 오세창, 이시영, 정인보가 쓴 찬문찬시가 붙음. 15세기말 조선의 천인출신 화원 학포學圃 이상좌의 《송하보월도松下步月圖》와 남송 화원화가 흠산欽山 마원의 《대월도對月圖》는 짜임새가 비슷. 중국화가 철저하게 아름답고 풍성하고 교묘하며 장식적 아름다움에 치우친 반면, 한국화는 구도가 산만하고 거친 붓놀림을 바탕으로 맑고, 새롭고, 어리숙하고 은근한 맛을 내는 독특한 화풍. 동양3국(한․중․일)은 고결함이 군자 같다는 네 가지 식물 매란국죽梅蘭菊竹을 사군자四君子로 부르면서 시와 그림의 주제로 삼아왔다.

3부, 서양화법은 강세황(1713-1791)이 처음 소개했고, 김홍도(1745-1806)에 의해 시도(수원 용주사龍珠寺 후불탱화)되었으며, 한국 근대조각의 출발은 1919년 김복진(金復鎭, 1901-1941)으로부터 시작. 석지石芝 채용신(蔡龍臣, 1850-1941)은 60여 년의 화업동안 70여 점의 초상화를 비롯한 100여 점에 가까운 작품을 남긴 화가. 평생 대 그림을 그린 죽농竹農 서동균(徐東均, 1902-1978), 1950년대까지 대 그림을 그린 죽사竹史 이응로(李應魯, 1904-1989). 산정山丁 서세옥(徐世鈺, 1929-2020), 고암顧菴 이응로의 군상 작품은 최고 수준의 에술적 완성도.

4부, 산수화는 元나라 예찬(倪瓚, 1301-1374)의 《강정산색도江亭山色圖》, 18세기 조선의 이인문(李寅文, 1745-1821)의 《하경산수도夏景山水圖》. 산수인물화는 남송 마원(馬遠, 1130년대-1220년대)의 《산경춘행도山經春行圖》, 조선시대 김지(金禔, 1510년대-16세기 후반)의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 인물화는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美人圖》, 근대중국 제백석(齊白石, 1863-1957)의 《정가비도鄭家婢圖》. 초상화는 작자미상의 《이항복초상李恒福肖像》,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1715)의 《자화상自畵像》. 화조화는 북송 휘종(徽宗, 1082-1130)의 《도구도桃鳩圖》, 허주虛舟 이징(李澄, 1581-1645 이후)의 《화조도花鳥圖》. 사군자화는 이정(1541-1622?)의 《풍죽도風竹圖》, 진헌장(1428-1500)의 《만옥도萬玉圖》. 풍속화는 장택단(張擇端, 11세기)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단원 김홍도의 《무동도 舞童圖》. 영모화翎毛畵는 낭세녕(郎世寧, 1688-1766)의 《운금정재도雲錦呈才圖》, 화재和齋 변상벽의 《묘작도猫雀圖》. 초충화는 唐나라 조광윤의 《도화쌍접도桃花雙蝶圖》, 일호一濠 남계우(1811-1888)의 《화접묘도花蝶猫圖》. 도석화道釋畵는 양해梁楷의 《출산석가도出山釋迦圖》,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

나의 독서 여정에서 1990년대는 출판사 《학고재》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작가, 분야가 아닌 출판사를 보고 무조건 책을 손에 넣었다. 다시 잡은 20여 년 전 그 시절의 〈학고재 신서〉 마지막 책이었다. 〈학고재 산문선〉 시리즈는 후일로 미루어야겠다. 내가 잡은 책은 초판본이었다. 놀랍게도 24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온라인 서적에 책이 살아있었다. 43점의 도판이 실렸다. 표지의 글씨는 신윤복의 《취화첩醉畵帖》,  그림은 조선 김지金禔의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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