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느낌의 공동체
지은이 : 신형철
펴낸곳 : 문학동네
『정확한 사랑의 실험』 / 『몰락의 에티카』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느낌의 공동체』 --- 『인생의 역사』
책은 지금까지 내가 읽은 문학평론가의 네 번째 책이었다.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한 마지막 책이 책장에 책등을 보인 채 누워있다. 내가 잡은 평론가의 산문집 순서가 바뀌었다. 산문집의 표지는 같은 화가 ‘Tim Eitel'의 그림이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표지는 인간의 뒷모습을, 『느낌의 공동체』는 보트에 탄 두 사람을 그렸다.
부제가 ‘신형철 산문 2006 - 2009’이다. 2006년 봄부터 2009년 겨울까지 쓴 짧은 글들을 추렸다고 한다. 6부에 나뉘어 95편을 담았다. 1부 ‘원한도 신파도 없이’는 10명의 시인을 가나다순으로 배치한 짧은 시인론이다. 목숨을 담보로 미美를 얻겠다는 무모한 낭만주의를 설득할 수 있는 이념은 세상에 없다는 강정. 시나리오와 희곡과 장시長詩의 경계를 무람없이 오간 김경주. 거죽의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살의 실재를 현시하는 김민정. 여성의 고유성을 더욱 보듬는 길을 택한 김선우. 몰인정의 시대에 갸륵하고 다정多情한 서정시 가문의 적자 문태준. 사연을 품고 있는 서정시가 더욱 아름다운 손택수. 버티고 버텨서 슬픔이 투명해질 때 겨우 쓰는 이병률. 20세기 모더니즘의 열기와 치기에 심드렁한 21세기형 모더니즘 이장욱. 머리까지 흔드는 사유를 관통하는 감각 진은영. 언어의 모험과 정체성의 실험이 같은 것이라고 믿는 전위 황병승.
2부 ‘모국어가 흘리는 눈물’은 시대적 분위기에 맞물린 핫한 시집으로 체 게바라와 로맹 가리의 사상적 거리가 무의미한 낭만적 혁명주의자 박정대의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에서, ‘사랑의 수학數學’과 관련된 연애시 네 편, 박정대의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 애인이지요」, 김이듬의 「말할 수 없는 애인」, 허수경의 「흰 꿈 흰 꿈」, 김선우의 「Everybody shall we love?」까지, 41편의 글에 담긴 수십 권의 시집과 수십 편의 시. 거기다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 한국 대중음악 노랫말,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 ‘뱀파이어’를 읊은 시들까지.
3부 ‘유산된 시인들의 사회’는 ‘가해자 얼굴 공개’에 대한 생각과 고뇌하는 법을 잊은 자본과 속물의 한국사회까지 두 쪽 분량의 시사칼럼 23편. 4부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기’는 문학평론가가 읽은 한국․세계문학의 고전으로 편견이 녹아내리는 과정을 자연스럽고 힘 있게 그려낸 단편소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서, 2000년대 젊은 작가들이 그린 도시 정이현의 「삼풍백화점」, 편혜영의 「사육장 쪽으로」, 김경욱의 「장국영이 죽었다고?」, 김중혁의 「유리 방패」까지 13편. 5부 '훌륭한 미친 이야기‘는 영화와 원작소설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거꾸로 산 사내가 주인공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장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동명영화에서, 우리가 다 잊어버힌 시의 본래 정의를 환기하는 영화 이창동 감독의 〈시〉까지 4편.
6부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최근시를 통한 시 읽기의 방법론. 첫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1988)의 욕망과 사랑의 청년의 시에서, 두 번째 시집 『산책 시편』(1993)부터 생태주의적 미학을 보여주는 이문재. 상식과 통념을 유린하는 사유의 조작이 품위와 긴장을 잃지 않는 언어유희와 결합할 때 시가 재미있어지는 권혁웅. 타자, 삶, 세상과 만나기 위해 애쓰는 사람, 그런 윤리적 태도가 그녀의 시를 건실하고 선하고 아름답게 한 나희덕. 시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활짝 열린 감각의 직접성이 미덕인 이수정.
(전주)는 시로 창비시선 통권 300호 기념, (간주)는 소설로 ‘공감’의 문학에 대하여, (후주)는 평론으로 인식적․정서적․미적 가치가 따로 또 같이 존재하는 훌륭한 예술작품. 문학평론가는 말했다. “비평은 기본적으로 들어주는 일이다. 비평은 소설과 시가 내게 하는 말을 들어주는 작업,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장 섬세하게 들어줄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 나는 비평이란 미세한 진실에 대해서도 인간이 얼마나 섬세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평은 하나의 사회적 실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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