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대빈창 2024. 2. 27. 07:30

 

책이름 :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지은이 : 벤 롤런스

옮긴이 : 노승영

펴낸곳 : 엘리

 

나무의 생장 한계를 나타내는 지도상의 고정된 선을 수목한계선이라 한다. 인류세의 수목한계선은 몇 백 년에 수십 센티미터가 아니라 해마다 수백 미터씩 맹렬하게 북쪽으로 진격했다. 지구의 ‘진짜 허파’는 북부한대수림이었다. 지표면 5분의 1을 덮고, 지구상 모든 나무의 3분의 1을 거느린, 바다에 이어 두 번째로 거대한 생물군계였다. 저널리스트 벤 롤런스(Ben Rawlence, 1974- )는 수목한계선을 따라 북극에 인접한 여섯 지역을 탐사했다.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수목한계선과 지구 생명의 미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 변화를 다룬 기후․생태보고서였다. 벤 롤런스는 여섯 국가의 숲을 이루는 핵심종으로 구주소나무, 솜털자작나무, 다우르잎갈나무, 가문비나무, 발삼포플러, 그린란드마가목을 꼽았다. 식생․동물․기후․영구동토대 연구자들을 만났다. 사미인․돌간인․아니시나베족․응가나사인․코유콘족 등 서구자본주의의 식민주의의 영향이 미치기 전 북극권에 뿌리내려 살아온 원주민공동체를 찾았다. 그의 발걸음은 웨일스 흘라넬리유에서 출발하여 여섯 지역의 북부한대수림 기후변화를 기록한 4년여의 여정을 담고 웨일스에서 마무리되었다.

1. 스코틀랜드 글렌로인․머리호․글렌페시: 칼레도니아 자생소나무 숲의 가장 오래된 540살 나무는 외딴 습원 산간분지 글레로인에서 자랐다. 머리호의 섬들을 8000년 가까이 숲이 우거져 있어 독특했다. 구주소나무는 최장 320킬로미터에 이르기까지 일제히 개화했다. 해마다 전세계에서 150억 그루의 나무 3000만 헥타르의 숲이 벌목되며, 비슷한 수가 산불로 유실되었다.

2. 노르웨이 핀마르크 고원: 인간을 제외하면 솜털자작나무는 온난화되는 유럽북극 생태계에서 기준을 세우는 유일한 존재다. 지금까지 솜털자작나무는 얼음장 같은 바람을 피해 고원의 우묵한 곳과 도랑에 갇혀있었지만 온기로 인해 지면과 들판을 휩쓸며 1년에 40미터씩 상승하고 있다.

3.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우츠크타이(꿈꾸는 호수)․아리마스․체르스키: 전세계 숲을 통틀어 가장 큰 숲은 러시아의 타이가로 러시아 육지면적의 절반을 덮었고, 777만 제곱킬로미터 넘게 뻗어있다. 타이가의 대부분은 잎갈나무였다. 영구동토대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가 대기의 두 배나 저장되어 있다. 21세기말까지 영구동토대의 40퍼센트가 사라질 것이다. 2020년 6월 기록적 고온으로 신다스코의 수은주는 30도 이상이었다. 과거 6월 평균기온은 10-12도였다. 산불의 규모는 기록적이었던 전해보다 열배 커졌다. 2020년에 북위 75도 이북의 북극권 전체가 지구 평균의 여섯 배로 훨씬 빠르게 온난화되었다. 시베리아의 도시, 도로, 관로는 모두 영구동토대 위에 건설되었으며 이미 붕괴하고 있었다.

4.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코체부․아가샤쇼크강(노아턱 국립자연보호구역)․카이어컥 허슬리아: 툰드라에 생겨난 1만2000-1만3000개의 비버 댐은 알래스카의 지표수에 기후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툰드라의 지표수 중 최대 66퍼센트를 치수하여 나무가 들어설 길을 닦았다. 2019년 알래스카 산불로 70테라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었는데 이것은 플로리다주에서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방출한 양과 맞먹었다. 북부한대수림은 지난 수백 만 년 간 기후 시스템의 토대였으나 기후변화로 숲이 변하면서 북반구 기후를 조절하던 안정된 바람이 미쳐 날 뛸 것이다.

5. 캐나다 온타리오 메릭빌․매니토바 포플러강․매니토바 처칠: 나무는 대기 중 산소의 절반 가량을 순환시키며 바다의 광합성 조류藻類가 나머지 절반을 맡았다. 1990년 이후 캐나다 북구한대수림의 7분의 1이 개발되었고, 캐나다의 숲 교란율은 3.6퍼센트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마시키크 습지 1헥타르에는 숲 1헥타르의 열여덟 배에 이르는 탄소가 들어있으며 피마치오윈 아키를 통틀어 4억4400만 톤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이탄에 저장된 탄소의 양은 1조1000억톤으로 인류가 지금껏 화석연료를 태워 방출한 양보다 많다. 북부한대수림의 모든 종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지금 흰돌고래와 북극곰처럼 이미 가장 높은 위도에 서식하는 종들은 갈 데가 없다.

6. 그린란드 나르사르수악: 그린란드의 빙하는 해마다 300세제곱킬로미터가 녹고 있으며 해빙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2019년 해빙기에 그린란드 빙상은 2540억톤의 얼음을 잃었으며 이는 1990년대의 일곱 배에 이르렀다. 이 규모의 빙상 해빙이 2070년 전에 일어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산업 시대가 시작된 18세기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180ppm에서 240ppm으로 약간 증가했는데 다음 빙기의 도래가 중단되었다.

인류가 숲과 공진화한 오랜 역사적 시각으로 본다면, 자연과 결별한 산업 시대는 눈 깜빡할 순간이었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미 가속화된 지구온난화를 멈추기에 무력하다는 것을 알지만, 인류가 손을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벤 롤런스는 말한다. “당신을 정의하는 것은 언제나 당신이 과거에 한 일보다는 당신이 해야 하지만 아직은 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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