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가만한 당신 세 번째
지은이 : 최윤필
펴낸곳 : 마음산책
2016년 함께 출간된 『가만한 당신』,『함께 가만한 당신』은 치열하게 살다 조용하게 떠난 서른다섯 명의 삶을 회고한 부고였다. 6년 만에 돌아온 『가만한 당신 세 번째』는 부제가 ‘인간다움의 가능성을 넓힌, 가만한 서른 명의 부고’였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했지만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지키고 끝끝내 살아낸 사람들의 작은 평전이었다. 책은 특별하게 한국인 세 분과 고릴라 코코의 부고가 실렸다.
캘리포니아 롱비치 해양스포츠의 산 역사, 롱비치 최초 다이버 클럽 ‘롱비치 넵튠스Long Beach Neptune'의 1940년 창립멤버로 여성 최초 스쿠버 강사 도티 프레이저(Dottie Frazier, 1922-2022). 1990년 북위3.5도 그린란드 극지 만년설 1127미터 빙상에 반영구 텐트 3동 기상관측소 ‘스위스 캠프’를 설치, 사라지는 빙하의 최초 목격자 콘라드 슈테펜(Konrad Steten, 1952-2020). 2세대 페미니즘 이론의 정전正典, 페미니스트 문학비평의 첫 장을 연 『성 정치학』의 케이트 밀렛(Katherine Millett, 1934-2017). 지적장애인 국제체육행사 ‘스페셜올림픽’의 창설에 기여한 다운증후군 수영선수 마이클 큐잭(Michel Cusack, 1956-2020).
‘주거통합Social Mix'의 선구적․모범적 사례, 일리노이주 시카고 외곽 인구 5만 명의 작은 마을 ‘오크파크Oak Park'의 설계자 보비 레이먼드(Bobbie Raymond, 1938-2019). 뇌신경학 연구의 새 장을 개척한 ‘교세포의 대부’, 성차별에 맞선 트랜스젠더 과학자 벤 바레스(Ben Barres, 1954-2017). 피해 여성의 곁을 지킨 ‘여성의 전화’의 대모, 한국여성․시민운동 역사에서 현장 활동가의 위태로운 존엄을 지켜 낸 이문자(1943-2021). 다치거나 병들거나 어미를 잃고 구조된 길 잃은 동물들의 수호자, 1983년 ‘밸리즈 동물원’ 문을 연 샤론 머톨라(Sharon Matola, 1954-2021). 1992년 이래 총 5개 아동․산모병원 개설, 25여년간 1천7백만명 진료․중환자 170만명을 치료한, 캄보디아 어린이를 보듬은 스위스 출신 첼리스트 의사 비트 리히너(Beat Richner, 1947-2018).
1959년 흑인여성 육상클럽 ‘아톰 트랙 클럽Atom Track Club'을 창설하여 흑인여성에게 육상의 길을 열어 준 뉴욕 브루클린의 변호사 프레더릭 D. 톰슨(Frederick D. Thompson, 1933-2019). 시리아 내전 인명구조대 ’화이트 헬멧White Helmet'을 창설한 제임스 르 메주리어(James Le Mesuier, 1971-2019). 요르단 최초의 페미니즘 강좌를 개설, 해방구이자 저항의 진지를 구축해 한 세대의 페미니스트를 키워 낸 룰라 콰워스(Rula Quaws, 1960-2017). "나는 윤리야말로 궁극의 ‘능력’이라고 믿는다“. 퀴어 신학의 선구적 전사 버지니아 R. 몰런코트(Virginia R. Mollenkott, 1932-2020). 영국 네오나치 활동가로 극우의 추악한 실상을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여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레이 힐(Ray Hill, 1939-2022).
영화 〈알제리 전투〉의 실제 인물, 알제리 민족해방전선NLF의 알제자치지구 게릴라 사령관 사디 야세프(Saadi Yacef, 1928-2021). 인간의 언어로 인간과 소통한 암컷 서부롤런드고릴라 코코(Koko, 1971-2018). 시오니스트 국가 권력의 압력과 알력에 끝까지 맞섰던 유대인 히피 엘리 아비비(Eli Avivi, 1930-2018). '수면의학‘이란 장르를 개척하고 인류에게 잠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린 수면의학자 윌리엄 디멘트(William Dement, 1928-2020). 매혈로 에이즈에 감염된 허난성 주민 최소 60만명, 혈장 경제의 악마성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허난성 저우커우周口 시의 감염질환 연구자 왕슈핑(1959-2019).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 리스트Red List’의 과학적 선정기준과 조사방법론을 도입한, 멸종위기종을 정의한 생물학자 조지나 메이스(Georgina Mace, 1953-2020).
에볼라 재감염의 두려움을 이겨낸 ‘국경없는 의사회MSF’의 치료센터 심리상담 간호사 살로메 카르와(Salome Karwah, 1988-2017). 1986년 ‘일링 목사관 강간사건’의 피해자, 사회 전반의 나태한 성범죄 인식 개선에 생을 바친 질 서워드(Jill Saward, 1965-2017). 극우 국가권력의 가증스런 범죄 ‘강제 실종Forced Disappearance'에 맞선 칠레 ’실종․구금자 가족연대AFDD' 대열의 선봉, 칠레 인권운동의 상징 아나 곤살레스(Ana Gonzalez, 1925-2018).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미군의 포로 학대․가혹 행위 전모를 폭로, 부시-체니-럼스펠트로 이어지는 ‘네오콘’ 군사 권력의 불의에 맞선 부대 지휘관 ‘꼿꼿한 화살straight arrow' 이언 피시백(1979-2021).
퀴어 전문 독립 연간지 『뒤로DUIRO』 발행인, 게이 디자이너 이도진(1986-2020). 아프리카에 대한 클리셰를 깨부순 에세이, 아프리카 케냐 소설가 비냐방가 와이나이나(Binyavanga Wainaina, 1971-2019).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 재해공보관으로 ’할 말을 하던 시민공보관‘ 수토포 푸르워 누그르호(Sutopo Purwo Nugroho, 1969-2019). 돌봄노동은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져야하는 책임을 일깨워 영국의 모든 치매환자의 보호자 존엄을 지킨 바버라 포인턴(Barbara Pointon, 1939-2020). 가장 ‘리버럴’한 판사로 ‘사법적극주의’의 상징적 존재, 미국연방 제9항소법원판사 해리 프레거슨(Harry Pregerson, 1923-2017).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를 사진으로 남긴 문인전문 사진작가였던 무명작가 김일주(194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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