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비잔티움의 역사

대빈창 2024. 3. 11. 07:00

 

책이름 : 비잔티움의 역사

지은이 : 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옮긴이 : 최하늘

펴낸곳 : 더숲

 

도서출판 《더숲》의 책은 고작 두서너 권 잡았을 뿐이다. 튀르기예의 옛 수도 이스탄불을 떠올리며, 책을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더숲히스토리〉는 이름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알 수 없던 지역과 문명, 그 시간적․공간적 배경과 역사를 다루었다고 한다. 『바빌론의 역사』에 이은 시리즈 두 번째 책이었다. 그리스 태생의 중세사학자 디오니시우스 스타타코풀코스(Dionysios Stathakopouls)가 천년 제국 비잔티움 제국의 1천년사를 『비잔티움의 역사』로 풀어냈다.

고대도시 비잔티움(그리스어 비잔티온)은 아테네 인근 도시국가 메가라의 식민도시였다. 비잔티움은 기원전 7세기 콘스탄티노폴리스(‘콘스탄티누스의 도시’라는 뜻), 즉 지금의 이스탄불에 세워졌다. 서로마 제국은 게르만 침공으로 무너졌지만 비잔티움 제국(동로마)은 1천년동안 로마문명을 지켜냈다. 책은 비잔티움 제국의 탄생부터 생존, 부활, 몰락의 흥망성쇠 전 과정을 8개의 장으로 구분했다. 저자는 제국의 방대한 역사를 연대순으로 전개했다. 각 장의 앞부분은 정치사․종교사였고, 뒷부분은 경제사․문화사의 같은 비율로 다루었다.

콘스탄티누스 1세가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단독 황제로 즉위하는 330년부터 이야기는 전개되었다. 395년 로마는 동서로 나뉘었다.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그리스도교는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로마인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근대법 정신의 원류가 된 『로마법 대전』을 편찬하고 최대 영토를 차지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아야 소피아 성당을 비롯한 새로운 양식의 문화예술. 역병으로 인한 인구․농업 생산성․세금의 감소로 인한 사회 불안. 비잔티움의 전성기 마케도니아 왕조의 광활한 영토 확장과 방대한 서적 편찬 사업. 십자군 원정과 지방 분권화의 가속. 1024년 십자군의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정복과 제국의 분열(라틴․니케아․트라페준다 등)과 권력 투쟁. 1453년 5월 29일 화요일 오스만 제국에 의한 천년 제국의 몰락.

저자는 풍부한 사료와 기록을 바탕으로 수많은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다채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레오 1세(440-461년)부터 피우스 2세(1458-1464년)까지 11명의 교황, 그레고리우스(379-381년)에서 시메온(1466년, 1471-1475년, 1482-1493년)까지 22명의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 콘스탄티누스 1세(306-337년)에서 콘스탄티노스 11세(1448-1453년)의 아들 토마스․손자 안드레아스까지 94명이 등장했다. 제1차 니케아 공의회(325년)에서 페라라․피렌체 공의회(1438-1439년)까지 세계공의회 15회를 비롯한 정치․종교․경제․사회․문화의 생생한 풍경을 건조한 문체로 전했다. 마지막 9장은 멸망 후의 비진티움 세계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책 앞부분에 지도 5장이 실렸다. 전성기 비잔티움 제국은 유럽의 이베리아 반도와 북아프리카, 이탈리아와 그리스 그리고 불가리아를 거쳐 튀르기예, 시리아까지 전역全域을 포함시켰다. 비잔티움(동로마 제국, 395-1453)은 고대․중세․근대의 1000년 세월동안 유럽․아시아․아프리카에 걸쳐 용광로처럼 온 세상의 문화를 수용했던 문화의 접점이었다. 책은 우리가 왜 비잔티움을 알아야 하는지를,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유지된 이 거대한 제국은 21세기 지정학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첫 문장은 ‘330년 5월 콘스탄티누스 1세는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리키니우스에 대한 최종 승리를 선언했다’(57쪽)로, 마지막 문장은 ‘14세기의 학자이자 정치가 테오도로스 메토히티스가 지적했듯이 모든 제국은 태어나고, 꽃을 피우고, 쇠퇴하고, 죽었다.’(357쪽) 이었다. 아야 소피아 성당 회랑에 그려진 모자이크화 중 그리스도 부분의 표지그림을 비롯한 도판 30점이 실려 독자의 눈을 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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