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대빈창 2024. 3. 8. 07:00

 

책이름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지은이 : 김상욱

펴낸곳 : 바다출판사

 

『떨림과 울림』(동아시아, 2018) / 『김상욱의 양자 공부』(사이언스북스, 2017) / 『김상욱의 과학 공부』(동아시아, 2016)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바다출판사, 2013)

 

내가 잡은 물리학자 김상욱의 네 권의 책이다. 표제를 보고 독자는 윤동주의 詩를 떠올렸을 것이다. 물리학자에게 하늘은 ‘우주와 법칙’을, 바람은 ‘시간과 공간’을, 별은 ‘물질과 에너지’로 다가왔다. 인간을 더해 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부제가 ‘원자에서 인간까지’로 원자, 지구와 태양, 생명, 인간의 4부로 나뉘었고, 1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각 부의 사이에 3개의 에세이가 실렸다,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본 신神, 죽음, 사랑이었다. 신은 인간의 상상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가장 오랜 것 중의 하나다. 죽음은 원자의 소멸이 아니라 원자의 재배열이다. 내가 죽어도 내 몸을 이루는 원자들은 흩어져 다른 것의 일부가 된다. 남녀의 사랑은 유성생식의 결과다. 유성생식은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면서 충분한 변이를 확인하기 위해 고안된 진화의 발명품이다.

1부, 현재 ‘국제순수 및 응용화학 연합IUPAC'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원자는 모두 118개. 자연현상으로 만들어진 원자는 92번까지, 93번 이후는 인공 핵합성 기술로 만든 것이다. 원자는 불멸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은 단지 원자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어떤 목적도, 의도도 없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75퍼센트가 원자번호 1번 수소, 원자번호 2번 헬륨이 25퍼센트로 완전히 100퍼센트가 아니기에 다른 원자들이 존재한다. 수소, 탄소, 질소, 산소는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의 99퍼센트를 이룬다.

2부, 인간은 죽으면 흙으로, 즉 지구로 돌아간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만물은 원자로 이루어졌다. 3억 년 전 식물은 죽어도 썩지 않았다. 리그닌 성분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해되지 않은 식물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 석탄이다. 석유는 수생 동식물의 몸이 쌓여 만들어졌다. 지구상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별이다. 별이 내는 빛, 별이 만들어낸 무거운 원자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전부다. 중력을 만들어내지만 관측되지 않는 물질을 ‘암흑물질’이라 한다. 우주가 가속팽창하는 원인으로, 가상의 존재를 가정해야 하는데 ‘암흑에너지’라고 이름 붙인 가상의 존재를 학자들은 찾고 있다. 물질을 이루는 궁극의 기본 입자는 퀴크quark다.

3부, 세포호흡이 일어나는 정확한 장소는 세포내 소기관 ‘미토콘드리아’이고, 광합성은 식물 세포의 ‘엽록체’에서 일어난다. 사람의 경우 각 세포에 수천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한다. 생명에 쓰이는 원자는 무생물에 쓰이는 원자와 동일하다. 생명은 원자로 만들어진 화학기계다. 수많은 원자가 관여한 이상 실수는 반드시 일어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류는 누적되고 고장이 잦아지다가 결국 작동을 멈춘다. 이것을 ‘죽음’이라 부른다. 지구상 거의 모든 생명체가 유지와 복제에 동일한 화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최초의 생명체가 생명의 운영 체계를 결정한 것이다. 최초의 생명체는 에너지 생산 장치, 단백질 합성기계, DNA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했고, 열수분출공 기둥 내부의 기포와 같이 작은 공간에서 탄생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다섯 번의 대멸종이 일어날 때, 최상위 포식자는 언제나 멸종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의 원인제공자 인간은 지금 최상위 포식자다.

4부, 우리조상이 침팬지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 500만 년 전 쯤, 250만 년 전 쯤 석기 사용, 100만 년 전쯤 손도끼 사용, 50만 년 전 쯤 불을 사용했다. 10만 년 전 쯤, 호모 사피엔스의 집단 크기가 150명 정도 되었을 때 정교한 의사소통 체계가 필요해졌고, 이후 뇌의 크기는 변함없다. 호모 사피엔스는 35만 년 전 쯤 나타났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하나의 신경세포가 대략 1000개의 시냅스로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었다. 인간은 상상을 통해 문화를 만들었고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포유동물이 되었다. 이제 문화의 산물인 과학적 방법론으로, 인간은 상상에서 벗어나 진실을 보고 이끌게 되었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1) 2024.03.12
비잔티움의 역사  (69) 2024.03.11
그늘과 사귀다  (70) 2024.03.07
빛 혹은 그림자  (75) 2024.03.06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65) 202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