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그늘과 사귀다
지은이 : 이영광
펴낸곳 : 걷는사람
여전히 拉致中이고 / 暴行中이고 / 鎭壓中이다 // 計劃的으로 / 卽興的으로 / 合法的으로 / 사람이 죽어간다 // 戰鬪的으로 / 錯亂的으로 / 窮極的으로, 사람이 죽어간다 // 아, 決死的으로 / 總體的으로 / 電擊的으로 / 죽은 것들이, 죽지 않는다 // 죽은 자는 여전히 失踪中이고 / 籠城中이고 / 投身中이다
시집 『아픈 천국』(창비, 2010)에 실린 「유령 3」의 6․7․8․9․10연이다. 국가폭력으로 억울하게 스러져간 용산철거민 참사의 비극적 죽음을 형상화한 詩는 이. 영. 광.(李永光, 1965 - ) 이름 석자를 나의 뇌리에 깊게 각인시켰다. 시인은 1998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이후 나는 『끝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8)을 잡았다. 이번 시집 「4월」의 마지막 세 연이다.
옛날, 옛날의 // 어머니는 끝없는 사람 // 오―끝없는 사람
복간본․초판본 ‖시인의 말‖이 두 개였다. 내가 세 번째로 잡은 시인의 『그늘과 사귀다』는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었다. 2009년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초판본을 《걷는사람》의 복간본 시리즈 〈다; 시〉 네 번째로 재출간되었다. 부 구분없이 61편이 실렸고, 추천사는 시인 한영옥과 이장욱이 맡았다. 문학평론가 이혜원은 해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에서 말했다. “시인은 죽음의 불안을 대면하면서도 허무에 함몰하지 않고 그것을 삶의 의미로 환원한다. 모든 존재가 저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한 깊이와 충만함을 발견하면서 그의 시는 더 넓게 세계를 감수”(147쪽)하고 있다.
라틴어 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다. 그 시절, 시인은 가족(아버지와 형)의 잇따른 죽음과 맞닥뜨렸다고 한다. 시편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빛나는 사유였다. 마지막은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부르짖는 이 땅의 유치찬란한 기복신앙을 빗대 형상화한 「천국행行」(100-102쪽)의 2연이다.
그녀는 어떤 근본적인 재활 요법에 의해 / 자기 안의 병원에 빗장을 질러버림으로써 / 병원을 떠날 수 있었으리라 / 나는, 저 열광적인 고행이 무사히 저물어 / 돌아가는 그녀의 병원이 천국이었으면 좋겠다 / 한 마리의 길 잃은 양도 곁에 없이 / 끝내 홀로 남을 저 가난한 목자가 /천국행行 막차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 그녀를 눈멀게 한 하늘의 섬광이 있었다 한들 / 여기 없는 무언가를 그녀가 보고 있다 한들 / 아는 자는 저렇듯 열렬히 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 나와 별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 나는 저 지복至福 같은 정신의 주화입마走火入魔 상태가 시들어 / 돌아갈 그녀의 병원에는 한사코 천국을 / 거부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 눈물과 기쁨과 피곤이 따뜻하게 껴안고 잠드는 / 지상의 방 한 칸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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