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지은이 : 하인리히 뵐
옮긴이 : 김연수
펴낸곳 : 민음사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유시민(柳時民, 1959- )의 『청춘의 독서』를 잡고, 도서대여 목록에 올렸다. 그는 삶에서 이정표가 되어준 책들, 갈림길과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도움을 받았던 책들을 다시 집어 들었다. 14권의 책에서 13번째 책이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진보 성향의 지식인 뵐과 매일 400만부 이상을 발간하는 독일최대 일간신문, 극우 황색저널 〈빌트〉가 벌인 전쟁의 산물’.
197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하인리히 뵐(Heinrich Böll, 1917-1985)이 1975년에 발표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6주 만에 15만부가 팔렸다. 뉴저먼시네마의 기수 폴커 슈렌도르프에 의해 영화화되어 크게 흥행했다. 내가 잡은 책은 《민음사》가 ‘세계문학전집 180’으로 출간하였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74년 2월 20일 수요일부터 24일 일요일까지 닷새간의 사건을 다루었다. 주인공 카타리나는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어렵게 학업을 마치고 도시로 올라온 성실한 가정관리사였다. 그녀는 스물일곱살의 이혼녀로 작은 아파트와 중고차를 소유한 소박하고 근면한 여인이었다. 카니발 축제기간, 대모의 댄스파티에 초대받았고 루트비히 괴텐을 만나 하룻밤 운명적인 사랑을 보냈다.
경찰에 쫓기던 루트비히에게 아파트의 비밀 통로를 알려줘 도주케 했다는 죄명으로 카타리나는 경찰에 연행, 심문을 받았다. 황색저널리즘 일간지 〈차이퉁〉의 기자 퇴트게스는 허무맹랑한 날조와 왜곡을 남발하는 기사로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살인범의 정부’, ‘테러리스트 공조자’, ‘음탕한 공산주의자’로 카타리나를 음해했다. 극단적으로 왜곡된 기사들로 카타리나는 익명의 전화와 편지 협박에 시달렸다. 카타리나는 퇴르게스에게 단독 인터뷰를 제안했다. 기자는 약속시간보다 15분 늦께 아파트에 나타나 “나의 귀여운 블룸양, 우리 일단 섹스나 한탕 하는 게 어떨까?”라는 저질스런 말을 내뱉었다. 왜곡보도로 삶의 막다른 골목에 도착한 그녀는 기자를 권총으로 쏴 죽였다.
하인리히 뵐은 전후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행동하는 지성인이었다. 그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폭력적인 권력에 대해 가차 없이 투쟁했다. 1971년 국제펜클럽 회장으로 선출되어 세계 곳곳의 탄압 받는 작가와 지식인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다. 1978년 뵐이 속한 국제위원회는 수년간 독방에서 신음하는 시인 김지하의 석방을 청원했다. 소설의 부제는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였다.
작가는 시사주간지 《슈피겔》을 통해 빌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선정적이고 과장된 황색저널리즘이 대중의 공포와 편견을 조장하고 사회불안을 야기, 개인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소설은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통속적이고 선정적인 황색저널 슈프링거 계열의 《빌트Bild》지에 맞선 진보주의 작가 하인리히 뵐의 투쟁이었다. 소설은 지금도 언론의 폐해를 다룰 때 가장 먼저 인용되는 고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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