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여행의 시간
지은이 : 김진애
펴낸곳 : 창비
『여행의 시간』은 도시건축가 김진애(金鎭愛, 1953- )의 인생의 시간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여행의 비법을 들려주는 에세이였다. 1부 5꼭지는 여행의 시간을 통한 성장에 대한 이야기. 2부 4꼭지는 일상의 관계가 여행을 통해 증폭, 폭로, 재발견되는 이야기. 3부 5꼭지는 여행에 대한 우리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 특별부록 ‘김진애의 도시여행법’은 여행자를 세 단계(딜레당트, 프로, 고수) 스타일로 나누어 여행법을 제안했다.
1부 ‘나 인생을 헤쳐 가듯’. 20대 말 첫 홀로여행, 파리 지하철 소매치기 미수사건. 자신감과 목표 의식과 도전 정신을 풍기는 자세 〈사모트라케의 니케〉. 홀로여행을 부추겼던 MIT에서 만난 친구 오스트리아 헬가. 여행객들을 위해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이탈리아 베로나 수녀원. 도시건축가에게 르네상스 이후 특히 근대 이후에 크게 성장한 도시, 현대의 도시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한 도시들이 우선 대상.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까지 유럽을 호령하던 세계도시 오스트리아 빈.
느린 여행의 매력을 완벽하게 깨닫게 된 기회, 이틀 동안 배를 타고 메콩강을 따라 내려오는 여행. 갑자기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고요해지면서 무언가 다른 소리가 들리고(자신이 생각하는 소리) 무언가 솟아오르는 느낌을 의식하게 되는 지점, 멍때리기가 정점에 다다르는 순간. 길이 8미터, 폭 2미터 남짓한 벽감壁龕, 미켈란젤로가 지하공간에서 몇 달 숨어 살면서 벽과 천장의 하얀 석고 위에 ‘라오콘’을 스케치. 안토니오 가우디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알고 폐허 같은 성당의 탑에 올라 인생의 무상함과 인간의 의지를 떠올리는. 어떤 장소에서도 잠을 잘 자는 비결은 베개를 끼고 나서는 여행길.
2부 ‘관계 자유와 모험을 허하라’. 공동의 생존을 위해 서로 기댈 때가 되어줄 때, 최고의 커플여행. 한파와 함께 찾아오는 우울감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치유책은 남쪽으로의 여행. 아이와의 여행은 아이의 호기심과 잠재력을 발견하는 시간. 부모와의 여행은 부모가 숨겨 온 또는 억눌러왔던 욕구를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데 가장 큰 의미.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 더 알고 더 나누고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시간. 강아지들과 함께 여행하기 위해 배를 타고 가는 제주도 여행.
3부 ‘여행 선택은 나의 것’. 여행이란 돈과 시간의 줄타기. 일상으로부터 일탈이자 로망을 실현하는 행위가 여행, 인생에서 가장 일탈적인 로망인 연애가 일어날 완벽한 조건.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2년씩 살아보는 은퇴 후 시나리오. 12년째 주말마다 강화도 시골집으로 여행하는 독특한 스테이 여행.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세 가지 이미지, 도시가 장식문양처럼 보이는 페루의 마추픽추, 성벽처럼 건물을 지은 티베트 라사의 포탈라궁,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의 그리스 에피다우로에 있는 원형극장. 아날로그 방구석이 절절하게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면, 디지털 방구석은 풍성한 도취감 선사. 여행 후를 바쁘게 만드는 여행은 아주 좋은 여행.
특별부록. 자연 여행의 본질이 지구와 우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라면, 도시 여행의 본질이란 궁극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최고의 여행은 혼자 가는 여행.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고, 익숙한 풍경에서 멀어지고, 온갖 기억이 얽혀 있는 집을 떠나서 일상의 습관을 떨쳐보는 것. 도시여행이란 인간이라는 종이 서로 공유하고 또 각기 개별화하는 문화유전자를 발견해나가는 즐거움.
도시건축가는 여행을 이렇게 말했다. “여행길은 나를 비추고, 나의 관계, 내가 익숙했던 모든 것을 비춰준다. 여행하다가 저도 모르게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나를 다시 찾고, 찾았다고 생각한 나를 다시 잃어버리기도 하고,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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