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대빈창 2026. 5. 6. 07:00

 

책이름 :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지은이 : 김기창

펴낸곳 : 민음사

 

소설가 김기창(1978- )은 2014년 장편소설 『모나코』로 제38회 〈오늘의 작가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은 폭염, 혹한, 백화현상, 해빙, 홍수, 핵발전소, 북금곰, 몰디브… 등 오늘날 전 인류의 핵심과제인 기후변화를 테마로 쓴 10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었다. 작가는 “적절하게 춥고, 덥고, 따뜻하고, 시원했던 날씨들. 그때의 햇살, 그때의 바람, 그때의 구름, 숲과 빙하와 북극곰과 피노누아 그리고 계절의 감각들. 이 모든 것을 다시 마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소설들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차례대로 첫, 둘, 세 번째 소설은 ‘돔시티DomeCity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다. 돔시티는 기후변화 시대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도록 고안된 ‘안전도시’였다. 돔시티 벽은 최후의 방파제로 도시의 에어컨, 공기정화기, 습도조절장치 기능을 했고, 지붕은 투명 태양광 패널을 덮었다.

「하이 피버 프로젝트」 돔시티에서 추방당한 소피(소냐)는 인공적으로 파낸 숲속 동굴에서 생활했다. 숲은 화성처럼 붉은 모래로 뒤덮였다. 세상은 평균기온이 54도, 체감온도는 73도가 넘어서는 가마솥 세상이었다. 돔시티는 추방자들의 증가를 제한할 목적으로 콘돔을 드론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뿌렸다. 추방자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몇 대의 수송기로 셋째 수요일 4주치의 생필품과 식료품이 담긴 상자를 낙하산으로 떨어뜨렸다. 소피는 콘돔을 모았다. 폭탄제조 기술자 노인과 폭탄물을 제조했다. 서풍이 부는 날 밤에 콘돔 풍선에 폭발물을 매달아 돔시티 지붕의 태양광 패널을 파괴하는 작전명이 ‘하이 피버 프로젝트’였다.

「갈매기 그리고 유령과 함께한 하루」 서남극 빙상이 녹아내리자 전세계 136개의 해안도시가 범람했다. 4천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고, 많은 도시들이 내륙으로 이동했다. 요셉은 애인이 돔시티 밖으로 추방당할 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요셉의 애인은 태양광 패널 생산 공장 폭파 혐의였고, 요셉은 회사 연구소 직원이었다. 불꽃놀이가 끝나자 바람에 실려온 수많은 풍선이 밤하늘을 메웠다. 풍선에 매달린 것은 폭탄이었고, 태양광 패널 조각이 우수수 떨어졌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진실」고든과 금보는 민병대원으로 돔시티 벽을 따라 순찰 중이었다. 고든은 추방자들에게 가진 것 절반의 통행료를 받고 돔시티 안으로 몰래 들여보냈다. 새끼고양이 두 마리와 어미 시리까지 돔시티 안으로 들여오려는 다닐엘라를 돕다가 민병대원에게 체포되었다. 그때 돔시티 천장에서 연쇄적인 폭발음이 들렸다.

「굴과 탑」 휴대폰 무선충전 수신기를 만드는 회사를 다니는 윤은 서른다섯살로 반지하방에 살았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의 디자이너 스물여섯살 하련은 옥탑방에 살았다. 재개발예정구역이었다. 윤은 장판의 김치자국 얼룩을 지우면서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하련은 바람에 날린 속옷을 줍다가 옥상에 탑을 쌓기 시작했다. 둘은 회사까지 그만두고 일에 매달렸다. 연인이 되었고 하련은 윤이 파고있는 땅굴로 내려갔다. 두 사람 머리위로 흙이 쏟아졌다.

「1순위의 세계」 우석과 희연은 학교 운동장에 깔린 우레탄 트랙 관련조사를 하던 환경운동 단체에서 만났다. 원자력발전소건설반대 캠페인 활동으로 11년전 서울에서 울산으로 이사했다. 동해 해상 부유식 풍력발전소 건설 활동을 펴나갔다. 우석은 울산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맡았고, 희연은 서울로 올라가 법무 일을 처리했다. 기존 에너지 정책에 따른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둘은 멀어져 이혼수속 절차를 밟고 있었다.

「지구에 커튼을 쳐 줄게」 해안도시의 민원실에 근무하는 용희는 9급 공무원으로 연일 폭염 민원에 시달렸다. 민원으로 찾아온 도경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가 남긴 민원문서의 주소를 찾아갔다. 달동네 고갯길 급경사면의 단층집 옥상에 조립식 패널로 급조한 곳에 살고 있었다. 도경은 공무원 시험에 4년 매달렸으나 낙방한 신세였다. 도경이 사온 맥주를 마시며 둘은 탱고를 추었다.

「소년만 알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 섬 남단의 작은 해안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는 소년. 2년전 고아원에서 돈을 훔쳐 탈출했다. 물고기를 해안근처 허름한 레스토랑에 팔아 해변 노점상 음식을 사먹었다. 절벽아래 바다 산호초 밭은 백화현상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소년의 친구는 손바닥만한 흰동가리가 유일했다. 파도가 높은 해변은 서퍼들에게 알려졌고 해안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해안절벽아래에서 서퍼들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작은배로 먼 바다로 나갔고 큰 파도가 배를 때려 바다로 쓸려 내려갔다. 남자가 물위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소년은 돌멩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바위위에서 서퍼를 떠민 남자였다.

「약속의 땅」 아푸트는 새끼 두 마리가 딸린 어미 북극곰이었다. 아푸트는 아기들에게 물범 사냥을 가르쳤다. 수놈 키푸트가 달려들자 아푸트가 가로막았다. 녹아내리는 해빙을 향해 헤엄치다 둘째가 지쳐 죽었다. 노련한 사냥꾼 우나아크가 아푸트 가족에게 사냥한 바다코끼리 내장을 던져주었다. 우나아크가 얼음구덩이에 빠져 죽었다. 우나아크의 아내가 썰매를 타고 아푸트와 첫째를 뒤쫓았다. 아푸트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죽어가는 아푸트 눈에 어미가 일러주었던 사냥감이 풍요로웠던 ‘약속의 땅’이 녹아내려 바다로 사라졌다.

「접는 나날」 근호는 아버지의 중식당을 물려받겠다며 대학을 중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중식당을 접었고 소주를 퍼마셨다. 청바지, 티셔츠를 접어 서랍장에 차곡차곡 개어 넣었다. 같은과 후배 은지와 사귀었으나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접었다. 장맛비가 열흘동안 이어지는 동안 근호는 각종 옷들을 접어 서랍장 수납공간에 넣었다. 근호가 쓰는 방을 세주자는 어머니말에 근호는 아는 형 태원의 변두리 원룸에 빌붙었다. 태원은 광저우 6개월 장기출장을 갔다. 근호는 가전제품까지 접었고, 자신을 접을 수 없을 때까지 계속 접었다.

「천국의 초저녁」 경민와 은주는 신혼여행을 태국으로 떠났다. 7박8일에서 절반씩 파타야, 방콕에서 자유여행으로 보냈다. 다음해 첫 여름휴가는 푸켓으로 떠났다. 익숙하고 안전한 것에서 행복감과 즐거움을 찾는 은주 때문이었다. 둘은 아이를 갖기로 합의했고, 경민은 마지막 여름휴가는 홀가분하게 몰디브 여행을 계획했다. 몰디브 석양은 천국의 초저녁 복사본이라고 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몰디브는 방파제를 쌓고 있었다. 기금을 마련하는 몰디브를 도우려면 여행을 가자는 경민에게, 은주가 말했다. “몰디브를 위하는 길은 거길 안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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