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참게와 우렁이의 안녕을 빌다

대빈창 2012. 6. 18. 05:51

 

 

 

위 이미지는 볼음도 저수지 전경입니다. 사진 위 이파리를 잔뜩 매단 늘어진 나뭇가지는 은행나무입니다. 저의 블로그에 앞서 소개된 천연기념물 제 304호 볼음도 은행나무입니다. 은행나무는 저수지 제방보다 한턱 높게 자리 잡았습니다. 왼쪽 제방 너머가 바로 바다입니다. 저수지는 참게 천국입니다. 바다와 담수를 오고가며 생활하는 참게에게 볼음도 저수지는 안성맞춤 생활 터전입니다. 제방만 넘으면 바로 바다에 발을 담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한여름 뙤약볕 아래 김매기를 마치고, 저녁나절 긴 그림자를 끄시며 집에 돌아오실 적마다 손에 참게가 들렸습니다. 부엌 선반 구석에 간장 항아리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김매기를 하다 손에 걸린 참게를 항아리에 넣었습니다. 간장 참게장은 아무나 맛볼 수 없는 별미였습니다. 제초작업이 사람 손에서 농약으로 바뀌면서 참게도 논바닥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참게가 몇 십년만에 다시 논에 나타났습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약을 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볼음도 경지면적의 3/4인 40만평이 농약을 전혀 치지 않는 친환경농법으로 경작됩니다. 무성한 잡초를 어떻게 없앨 수 있겠느냐고요? 다 방법이 있습니다. 잡초를 제거하는 일등공신은 우렁이입니다. 볼음도는 우렁이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재배합니다. 모내기를 하고 일주일 후 농부들은 300평당 7kg 정도의 손톱만한 우렁이를 논에 투입합니다. 여기서 우렁이는 도시인이 우렁이쌈밥집에서 먹는 토종우렁이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우렁이는 1년에 한 두번 알을 슬지만 제초용 열대산 왕우렁이는 년간 10회나 알을 깝니다. 그리고 산란 후 7 ~ 15일이면 부화를 합니다. 한 마리가 1회 산란으로 2,000개의 알을 낳으니 1년에 20,000개의 알이 습니다. 어마어마한 생식력입니다. 이놈들이 알에서 부화해 개체로 성장하면서 논의 잡초를 먹어대기 시작합니다. 열대 우렁이는 알집도 예쁘게 분홍색입니다. 논에 나가보면 벼줄기나 논두렁의 풀에 분홍 알집이 눈 갈데없이 붙었습니다. 우렁이 친환경 농법의 요령은 논바닥이 드러나지 않게 물 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농법은 그만큼 농부들의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합니다. 섬 농부들의 부지런함으로 볼음도는 ‘저어새 생태마을’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올 봄 날씨의 이상 현상으로 친환경농법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우렁이가 살아가는 논바닥에 물을 대주는 저수지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사진 오른편 저수지 바닥의 높은 부위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올 5월 평균기온은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로 넘어 왔습니다. 강수량도 평년의 10%에 불과합니다. 기상청의 예보는 소나기가 한줄기 지나간다고 했지만, 근 두달째 한 방울의 비도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농부들은 이제 장마전선의 북상을 기다립니다. 그때까지 얕은 물에서 참게와 우렁이가 생명줄을 이어가길 바랄 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