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소박한 미래

대빈창 2014. 2. 12. 07:10

 

 

책이름 : 소박한 미래

지은이 : 변현단

펴낸곳 : 들녘

 

표지 그림이 소박하다. 밀짚모자를 쓴 농부가 보리밭에 서서, 이를 환하게 드러낸 채 웃고 있다. 옷차림이 반팔 T셔츠다. 낮술로 막걸리라도 들이켰는지 얼굴과 목이 불콰하다. 팔목도 달아올랐다. 보리 꺼끄라기에 쓸렸는지 모르겠다. 낫을 들고 보리를 베러 나온 농부라면 소농이 틀림없다. 요즘은 보리도 전용 콤바인으로 한 번에 베고 탈곡한다. 저자는 토종종자모임 ‘씨드림’의 운영위원이다. 그동안 경기 시흥에서 연두공동체를 꾸려오다 전남 곡성 산골로 터를 옮겼다. 책을 손에 넣은 지 이년 여 만에 책씻이를 했다. 자급자족하는 소농을 위한 실용서면서 크게 문명비평서라고 할 수 있다.

고기공장의 대량생산 시스템은 구제역과 AI를 불러왔고, 종자 기업의 횡포는 농부들에게 유전자조작 종자를 파종할 수밖에 없게 궁지에 몰았다. 국내 종자시장 규모는 2,000억원이다. 농우바이오, 몬산토코리아, 신젠타종묘가 1 ~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3대 다국적 종자회사는 몬산토와 신젠타, 듀폰으로 전 세계 농업종자시장의 40%를 장악했다. ‘종자 지배는 유통 가공 측면에서 더욱 견고하다. 전 세계 최대 곡물 메이저인 카길과 납품계약을 맺으려면 이들이 요구하는 특정 종자를 재배해야 한다'(68쪽) 이 땅의 토종종자는 18만7천여 종인데, 매년 200여종 이상씩 사라지고 있다.

산업자본주의는 개인의 건강마저 이윤추구의 수단이고, 사람은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소비 시스템에 족쇄를 찼다. 한 목숨 부지하기 위해서 평생 노동을 팔아야만 되는 노예로 전락되었다. ‘노동자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화살을 돌리려면 먼저 자신의 임금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195쪽) 노동해방은 소비자인 노동자가 자본제 생산물을 구매하지 않는 방법뿐이다. 그런데 석유문명이 자초한 재앙이 전 지구를 덮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인류의 미래는 있기나 한 것일까.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자립적인 개인과 자급자족하는 農사회로의 회귀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석유문명의 조종이 인류의 눈앞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가 떨어지면 신제국주의도 신자유주의도 세계화인지 글로벌화인지도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다. 천박한 밤문화의 네온사인처럼 인간의 욕망의 불꽃도 사그라질 것이다.

내가 사는 작은 섬은 소가 한 마리도 없다. 그리고 돼지는 고작 다섯 마리 안팎이다. 두서너 집에서 새끼돼지를 한두마리씩 데려와 설거지하고 남은 구정물이나 쌀겨로 키운다. 그리고 명절이 다가오면 돼지를 잡아 동네잔치를 벌였다. 놔먹여 키운 가축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염려는 전혀 없다. 섬은 수확 곡식을 곳간에 저장한다. 쥐로부터 지키기 위해 집집마다 고양이가 많다. 닭은 산비탈에 폐그물로 울타리를 엮어 놓아 먹였다. 당연히 유정란이다. 섬을 찾은 도시인들은 눈에 불을 켜고 계란을 사 가려고 안달이다. 작은 섬의 살림살이가 인류의 미래다. 소박한 미래는 ‘오래된 미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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