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현대사 아리랑

대빈창 2014. 1. 20. 08:24

 

 

책이름 : 현대사 아리랑

지은이 : 김성동

펴낸곳 : 녹색평론사

 

 

박헌영 / 김단야 / 이재유 / 이관술 / 김삼룡 / 이주하 / 정태식 / 이현상 / 박세영 / 이승엽 / 김재봉 / 강달영 / 권오설 / 이준태 / 홍증식 / 유영준 / 정칠성 / 김명시 / 김복진과 허하백 / 박진홍 / 김태준 / 여운형 / 김원봉 / 김두봉 / 무정 / 이동휘 / 최창익 / 백남운 / 김성숙 / 최익한 / 조봉암 / 고준석 / 홍명희 / 조명희 / 이기영 / 한설야 / 이태준 / 조운 / 박승극 / 이동규 / 김순남 / 임화 / 이용악 / 유진오 / 이강국 / 최용달 / 박문규 / 박영발 / 하준수 / 김제술 / 정순덕

 

이 책은 51개의 이야기에 모두 55분의 혁명가가 등장한다. 노동운동가, 농민운동가, 사상가, 빨치산, 아나키스트, 독립군, 한학자, 스님, 소설가, 시인, 평론가, 극작가, 조각가, 시조시인, 작곡가, 정치인, 법학자, 경제학자, 기생 등. 살아 온 방편은 다르지만 강도 일제에 맞서 ‘민족과 민중의 해방을 위해 싸우다 꽃다발도 무덤도 없이 중음신(中陰身)되어 이 땅 위를 떠돌고 계신 어르신들’이다. 조국의 독립운동을 펼치면서 집안은 풍비박산났다. 악독한 일제의 고문에 목숨을 잃었다. 더욱 억울한 것은 해방된 조국에서 친일앞잡이들에게 죽임을 당한 분들이었다. 한 예로 의열단 의백 김원봉 장군을 붙잡아 들인 이가 노덕술이다. 노덕술은 일제 때 종로경찰서 형사로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여 모진 고문을 가한 악명 높은 친일경찰이었다. 항일결사 의열단에게 노덕술은 테러 대상이었다. 지금도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이 땅 사람들의 사고(思考)를 옥죄고 있다. 사회정의와 진실이 실종되고 일제 식민지가 조국 근대화의 여명이었다는 전도된 가치가 버젓이 교과서에 올라있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이 땅을 흽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돌아간 날짜도 모른다. 6·25 바로 뒤 7월 3일부터 15일 사이에 대전형무소에 갇혀있던 좌익수와 충북·전북·경북에 춘천형무소 좌익수까지 끌어다가 대덕군 산내면 낭월리 뼈잿골에서 마구 죽여버렸는데, 8,000명이 넘는다.'(45쪽) 작가는 아버지의 시신과 제삿날도 모른다. 선친 김봉한은 이름과 얼굴을 감춘 채 조국광복을 위해 싸웠던 ‘비선’이었다. ‘빨갱이’ 아버지를 둔 작가는 19살에 출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현재 경기 양평 우벚고개에 8년째 칩거하고 있다. 이 고개는 1907년 2차 의병 때 의병들이 숨어들었던 유서 깊은 고개다. 하지만 토건국가는 사람들이 이용도 않는 산길을 4차선 아스팔트로 휑하게 뚫었다. 허리가 잘린 산중생활을 접고 작가는 적을 강화도로 옮길 계획이다. 강화도의 선원은 작가의 선조 김상용의 아호다.

“연재가 잘린 것도 그렇고 어이없는 꼴을 당하는 둥 꼭 3년이 걸렸다.” 머리말에서 작가가 한 말이다. 이 글은 진보적 시사 잡지에 연재되고 있었다. 온라인 서적에서 일찌감치 품절되었다. 다행히 나는 녹색평론사의 후원인으로 직접 손에 넣었다. 표지 그림이 낯익다. 민중화가 오윤의 1985년작 판화 <겨울새>다. 차가운 겨울 하늘에 초승달이 외로이 떠있고, 헐벗은 고목을 비껴 지나가는 세 마리 겨울새의 시린 날개짓이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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