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불타 석가모니
지은이 : 와타나베 쇼코
옮긴이 : 법정
펴낸곳 : 문학의숲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사)맑고 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동안 풀어 논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
어느덧 법정스님의 4주기가 다 되었다. 인지의 내용은 이렇다. ‘(사)맑고 향기롭게 - 본인지는 2010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합니다.’ 내가 가진 책은 개정판 9쇄 발행으로 2010년 5월 28일에 나왔다. 이 책은 1975년 샘터문고에서 ‘부처님의 일생’으로 처음 번역 출간되었다. 40대 스님이 순천 송광사 불일암에 머물 때였다. 스님의 이 책에 대한 애착은 깊었다. 35년이 흐르고 스님은 병석에 누운 채 개정판 서문을 다시 쓰고, 교정을 본 뒤 보름 만에 입적하셨다. 이 책은 세계적인 불교학자 일본의 와타나베 쇼코가 집필한 붓다의 일대기다. 450여 쪽에 달하며 총 38장으로 불타 석가모니의 전생부터 탄생, 성장, 결혼, 출가, 고행, 깨달음, 가르침, 열반에 이르기까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부처의 전체적인 삶을 재구성한 전기다. 석가모니는 지금으로부터 2,500년전에 왕자로 태어나 스물아홉에 출가하여 서른다섯에 깨달음을 얻어 갠지스강을 중심으로 가르침을 편 뒤 여든살에 세상을 떠났다.
‘불교라는 종교가 석가모니에 의해 창시된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이미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다고 한다면, 더 나아가 부처님 이전의 불교가 히말라야 산맥 남쪽 비아리아인의 종교이고, 특히 석가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301쪽) 부처님의 종족인 석가족과 자이나교의 개조 마하비라가 태어난 릿차비족은 몽골족, 특히 티베트족에 가까운 종족으로 추측된다. 나는 아직 믿음이 없다. 하지만 내가 불교에 끌리는 것은 어쩌면 이런 유전적 근친성과 포용력 때문인지 모르겠다. 부처님은 민족 종교 신앙을 깨뜨리지 않고 오히려 장려했다. 불교는 인도에서 아시아로 전래되는 과정에서 지방 고유의 신앙을 받아들였다. 나는 불교의 종교적 관용이 마음에 들었다. 이 땅 사찰의 중심은 당연히 부처님을 모신 법당이다. 그런데 가람의 뒤편 구석 조그만 전각의 편액은 삼성각(三聖閣)이나 산신각, 독성각, 칠성각이다. 이는 우리 민족 고유의 토속신을 불교가 수용한 것이다. 여기서 독성각은 모든 소원을 들어 준다는 나반존자를, 산신각은 우리의 전통적인 산악 숭배사상의 산신을, 칠성각은 수명장수신(壽命長壽神)인 칠성(七聖)을 봉안한 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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