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대빈창 2014. 2. 20. 07:08

 

 

책이름 :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엮은이 : 인권운동사랑방

펴낸곳 : 오월의봄

 

안녕하세요. 인권운동사랑방입니다~

 

2년동안 끙끙 앓으며 진행했던 변두리스토리 프로젝트가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로 출간됐어요. 후원인 분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책을 보냅니다. 늘 지켜보고 응원하는 여러분의 기운을 받아 나올 수 있던 책입니다.

 

(······)

 

인권운동사랑방에 보내주시는 관심과 격려를 잊지 않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13년 4월 23일 인권운동사랑방 드림

 

책갈피에 끼워진 편지다. 표지 그림 여자의 속눈썹에 눈물방울이 달렸다. 이 땅에서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눈물이다. 책은 비혼모 승민, 트랜스젠더 혜숙, 결혼여성이주민 수민, 게이 정현, 레즈비언 서윤, 장애여성 이숙, HIV(AIDS) 감염인 민우, 이주노동자 타파, 비정규직 노동자 명희와 영석의 9개 이야기가 실렸다.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특강, 재판장에 호소하는 탄원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 인권활동가의 회상, 1인칭 화법으로 들려주는 자신의 성장통, 단편소설 등 여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문제는 결핍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특정한 결핍만이 사회적 낙인과 연관되고 그래서 차별과 배제가 작동한다’(37쪽)는 소수자로서의 삶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 사람다운 삶, 세상을 향한 설렘과 사람의 존엄을 짓밟는 현실 사이에서 인권운동을 실천하는 단체 - 의 활동가들이 소수자들을 만나고 듣고 기록하여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인권운동사랑방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박래군이다. 그는 장애인, 이주노동자, 양심수, 복지시설 등 약자들이 생존권을 지키려는 현장에 항상 서 있다. ‘88년 숭실대생이었던 동생 박래전이 분신 사망했다. ’91년 4월 강경대 타살,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의문사,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 ‘유서대필’ 사건, 연 이어지는 학생과 노동자들의 분신 투쟁. 그는 의문사 진상규명과 학생, 노동자들의 사망 사건 처리에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그때 그의 별명이 ‘재야의 장의사’였다. 지천명을 넘기고도 변함없이 사회적 약자가 고통 받는 현장에 버틸 수 있는 것은 ‘죽은 자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화상당한 열사들의 시신, 그 장렬한 죽음의 마지막 순간, 의문사한 이들의 사진으로 남은 주검의 끔찍함들, 그리고 비통한 장례식과 장례투쟁···. 그 죽음 앞에서 맹세했던 일들, 그 순간의 뜨거운 눈물과 함께 다짐했던 일들, 목울대가 아프도록 울면서 마지막 이별 앞에서 했던 약속들, 그것은 지켜야 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의리다.”

90년대 초. 구로의 한 지구당 사무실. 해방정국 이후 합법공간에서 치러진 자생 사회주의자들의 첫 제도권 총선. 유권자 지지율이 1%를 간신히 넘겼다. 정당법에 의해 자진해산하고 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인천 변두리 대형건설업체 직업훈련원의 문을 두드렸다. 개봉동 연립맨션 지하방의 이삿짐을 꾸렸다. 지구당 동갑내기 여성 동지의 결혼 소식. 우리들은 참 가난했다. 결혼축의금도 십시일반 돈을 걷어 봉투를 마련했다. 세월은 흘렀고, 나는 서해의 작은 외딴 섬에서 용산참사의 비극을 접했다. 그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여년 전 봉투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던 시절. 마음의 빚을 갚아야겠다. 지난 초겨울 마석 모란공원에 다녀왔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소포가 왔다. 수건이었다. 종이봉투에 다시 넣어 곱게 장롱에 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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