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걷고 싶은 우리 섬

대빈창 2015. 8. 24. 04:37

 

 

책이름 : 걷고 싶은 우리 섬

지은이 : 강제윤

펴낸곳 : 호미

 

섬을 걷다(2009년, 홍익출판사)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2011년, 홍익출판사)

걷고 싶은 우리 섬(2013년, 호미)

섬 택리지(2015년, 호미)

 

국제해양법 121조에 따르면 〈섬〉은 ‘바닷물에 둘러싸여 있으며, 밀물일 때에도 수면 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역’이다. 한국의 크고 작은 섬은 모두 4400여개로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500여개다. 시인은 2006년부터 사람이 사는 섬을 모두 걸어서 밟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현재까지 350여개 섬에 시인의 발길이 닿았다. 결과물이 네 권의 책으로 묶였다. 나는 네 번째 책을 손에 넣고 철지난 세 번째 책을 펼쳤다.

 

수우도 / 대매물도 / 학림도 / 좌도 / 비진도 / 사량도 / 소매물도 / 두미도 / 연대도 / 연화도 / 용초도 / 우도 / 노대도 / 욕지도 / 저도 / 곤리도 / 지도 / 죽도 / 추도 / 추봉도 / 한산도

 

이 책에 나오는 21개의 섬들이다. 부제가 말해주듯 모두 통영의 섬들이다. 통영은 유인도, 무인도를 통틀어 570개의 섬을 거느리고 있다. 섬으로만 이루어진 1026개의 신안에 뒤이어 두 번째로 섬이 많은 기초자치단체다. 시인은 2011년부터 경남 통영 동피랑 마을에 살고 있다.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통영을 담은 『통영은 맛있다』와 함께 이 책은 통영에 머무르고 있는 시인의 애정에 대한 결과물이다. 섬 소개 뒤에 부록으로 배편, 숙박, 걷기길이 독자들의 여행안내를 돕는다.

 

“나 이름은 윤 필순이요.”

 

연화도의 마지막 문장을 접하고 나는 부리나케 책장에서 시인의 다른 책 『어머니전』을 꺼냈다. 시인이 포구와 섬에서 만난 수많은 어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 표지그림 주인공이 통영 연화도의 윤필순(82才) 할머니였다. 지도의 김영이 할머니,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 두미도 할머니. 세 분이 두 권의 책에 얼굴을 내미셨다. 이 책은 할머니들의 사진을, 『어머니전』은 그림을 실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고기들이 떠나가니, 뒤이어 젊은 사람들이 떠나 섬은 적막하다. 사람이 없으니 섬의 길들은 부러 만들지 않았다. 따라서 자동차가 없는 섬 길은 자연의 길로 인문의 길이다. 하지만 천민자본주의에서 적막한 섬은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1989년 소매물도 36가구 원주민은 감언이설에 속아 서울의 개발업체에 땅을 헐값에 모두 팔았다. 섬이 유명해지고 관광 수입이 늘자 주민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다. 땅은 남의 손에 넘어갔고, 주민들은 서둘러 섬을 떠나야했다. 쫓겨나지 않은 소수의 섬 주민들도 자기 땅에 세들어 사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내가 사는 강화 서도의 4개 유인도의 절반 이상의 땅을 외지인이 사 들였다. 토배기들은 직불제를 타 먹고 사는 소작인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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