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대빈창 2015. 8. 19. 07:00

 

 

책이름 :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지은이 : 김진호

펴낸곳 : 현암사

 

‘원고를 꼼꼼히 읽고 학문적 감수를 해준 신학자 김진호 선생에게 감사드린다’ 김규항의 『예수전』 머리말의 한 구절이 내가 이 땅의 민중신학자 김진호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였다. 책장의 『예수전』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제 눈에 뜨이다니. 김진호 표사의 첫 문장은 이렇다. - ‘역사의 예수’ 담론은 예수가 더 이상 교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 내 책장 한 칸은 신과 신화에 관한 책들이다. 크리스토퍼 히친스, 리처드 도킨스, 카렌 암스트롱, 토마스 불핀치 등. 하지만 허한 구석이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의 민중 신학은 대학시절 몇 편의 글을 찾아 읽었지만, 명동성당에서 철야농성을 하면서 이 땅의 목불인견의 개신교의 행태에 혀를 내두르며 나는 마냥 도리질만 쳤다. 대형 교회의 목회자 세습, 교회의 면세, 교회 매매 등 부끄러움을 모르는 가증스런 그들의 행태에 혀만 쯧쯧! 찾을 뿐 목구멍을 치받쳐 오르는 혐오에 냉대로 일관했다. 극우보수 한국 대형교회와 신자들에 대한 나의 시선은 한마디로,

 

主日이면 / 꿍쳐둔 속옷 같은 죄들을 안고 / 멋진 옷차림으로 간편한 세탁기 같은 교회에 / 속죄하러 몰려가는 양들, / 세탁비를 받으라, 성직자여 / 때 밀어달라고 밀려드는 게으른 양 떼에게 / 말하라, 너희 때를 이젠 너희가 씻고 / 속옷도 좀 손수 빨아 입으라고. / 제 몸 씻을 새 없는 성자들이 불쌍하다. / 그들의 때 묻은 聖衣는 누가 빠는지.

 

최승호의 시 「때밀이수건」이 말해 주었다. 나는 이 땅의 기독교가 보여준 독선적인 배타성과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성공지상주의를 격렬하게 혐오한다. 그런데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인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사회의 발전 과정과 한국 기독교는 맞물려 있다.”고. 한국 개신교의 성장세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1973년 5월 16일부터 6월 3일까지 미국의 유명목사 빌리 그레이엄이 초빙되어 한국전도대회가 열렸다. 20일도 안되는 기간에 연인원 450만명이 동원되었고, 마지막 여의도 집회에 110만명이 몰려들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주최한 ‘엑스폴로 74 전도대회’는 6일간 연인원이 655만명이나 되었다. 1980년 ‘80복음화대성회’는 일주일 동안 무려 1700만명의 대중을 모았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전혀 없었던 군홧발 시대의 이러한 대규모 전도 집회는 독재권력의 비호와 협조를 반증한다.

한국 교회는 사회구조적 모순을 외면한 채 기복신앙에 머문 신자 대중의 보상심리를 세속적 물질적 욕망으로 표출했다. 개신교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시대에 교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 개신교는 사회·정치에 눈감았다. 그들의 행태는 신사참배, 제주 4·3 학살, 한국전쟁 중 양민학살, 군사정권 옹호, 장로 대통령 만들기 등 예수의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삶과는 정반대였다. 후에 4대강 사업으로 선조가 물려 준 금모래 강을 녹조 웅덩이로 작살 낸 장로 출신 대통령 후보에게 개신교는 무려 300만표를 몰아 주었다. 세계의 대형교회 50개 중 27개가 한국 교회였다. 이 좁은 땅은 교회 천지가 되었다.

끝없이 욱일승천할 것 같던 한국 기독교의 성장지상주의가 2005년부터 신자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루에 3 ~ 4개 교회가 문을 닫고 있다. 책의 제목 ‘교회를 나가다’는 두 가지 뜻을 함축한다. 교회로 나가는 것이기도 하고 교회를 떠나가는 뜻이기도 하다. 2005년을 기점으로 대중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위기의 시대 대형교회들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로 대변되는 해외선교와 소망교회가 보여주는 일그러진 인맥 정치인 웰빙 신앙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발광이다. 하지만 번지수가 틀렸다. 저자는 말한다. “사회를 교회화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적 신앙을 사회적 영성화해야 한다.”고. 즉 ‘작은 교회’로 돌아가 그동안 한국 개신교가 외면했던 이주 노동자·성매매 여성·새터민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야 한다고. 한국 교회에 신들을 귀환시키기 위해서는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과 타자성을 극복하는 것이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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