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노인과 바다
지은이 : 어니스트 헤밍웨이
옮긴이 : 베스트트랜스
펴낸곳 : 더클래식
『무기여 잘 있거라』(1929년),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1940년), 『노인과 바다』(1952년). 20세기 가장 뛰어난 미국 작가 중 한명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 ~ 1961년)의 내 멋대로 손꼽은 3대 작품이다. 하지만 나의 독서여정에서 서구문학은 가장 거리가 멀었다. 문학적 인식은 정서적 공감이 우선되어야 한다.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불문율을 나는 30년간 끈질기게 고집했다. 한 벽을 꽉 채운 책장에서 서구소설은 고작 한 칸을 차지했다. 이 책도 주민자치센터 대여용 도서였다. 어쨌든 나는 프랑스의 앙드레 말로와 함께 20세기 행동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헤밍웨이의 대표작을 손에 펼쳤다. 여기서 행동주의 문학은 세계적 사건에 직접 몸으로 참여하고 문학으로 형상화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멕시코만에서 홀로 조각배를 타고 낚시로 고기잡이하는 늙은 어부다. 노인은 84일째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처음 40일까지 소년 마놀린과 함께 고기잡이를 했으나, 소년의 부모는 노인의 끝없는 불운에 소년을 다른 배에 옮겨 태웠다. 하지만 소년은 진정으로 노인을 따라, 매일 노인을 보살폈다. 노인은 잠이 들 적마다 아프리카 해안의 사자를 꿈꾸었다. 드디어 85일째 되는 날, 노인의 낚시에 거대한 청새치가 걸려들었다. 죽음을 오가는 사투 끝에 낚시에 걸린 지 사흘 만에 노인은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거대한 청새치를 배에 묶고 항구로 향하나 상어의 습격을 받는다. 마코상어·삽살코상어·신락상어·갈라노상어의 연이은 네 번의 공격에 배에 묶인 청새치의 살점을 다 떨어져나가고 뼈만 남았다. 새벽에 항구로 가까스로 돌아 온 노인은 오두막에서 깊게 잠에 빠져 들었다. 소년의 간호를 받으며 다시 잠에 빠져 든 노인은 꿈속에서 예의 사자를 보게 된다.
“인간은 패배하는 존재로 만들어진 게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하지는 않지.”(118쪽)
불운과 역경에 맞선 한 늙은 어부의 불굴의 정신을 그린 이 작품은 1953년 퓰리처상을, 1954년 노벨문학상을 작가에게 안겼다.
TV에 넋을 놓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휴일 아침 MBC의 교양프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될 수 있는 한 마주했다. 오래전 ‘잃어버린 세대’(the lost generation) - 전통과 단절된 젊은 세대들을 대표하는 작가인 스콧 피츠제널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교우와 배신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을 탔다. 헤밍웨이의 문학적 성공 후 뒷얘기를 다루었는데, 그의 인간미에 대한 비난이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충분했다.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지키려고 전 세계의 젊은이 3만5천여명이 국제여단이라는 이름으로 반파시스트 전선에 참여한 전쟁 스페인 내전(1936 ~ 1939년).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종군기자로 참석했다. 사족을 덧붙이면 표지그림이 아쉬웠다. 불굴의 늙은 어부 조각배치고 너무 세련되어 보였다. 출판사는 우아한 표지 디자인으로 독자에게 다가갔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리고 번역문의 문법 오류를 줄였다고 했으나, 눈에 거슬리는 문장이 유난히 뜨였다.
‘소년은 나갔다. 두 사람은 불도 켜지 않고 식탁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노인은 바지를 벗고 잠자리에 들었다.’(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