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한국 탈핵

대빈창 2015. 8. 3. 05:51

 

 

책이름 : 한국 탈핵

지은이 : 김익중

펴낸곳 : 한티재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2001년), 시민과학자로 살다(2000년) - 녹색평론사

체르노빌의 목소리(2011년) - 새잎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2013년) - 책공장더불어

 

그동안 내가 읽었던 탈핵에 관련된 책이다.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아나키스트 김원식이 옮긴 두 권의 책은 2000년 영면한 세계적 반핵운동가이자 시민과학자인 다카기 진자부로의 인류 미래에 대한 유언적 저서다. 「새잎」의 책은 신문기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체르노빌 사고를 경험한 사람들과 인터뷰집으로 집필 기간이 무려 10년을 넘었다. 「책공장더불어」의 책은 사진기자 오오타 야스스케가 기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20킬로미터 이내 동물들의 참혹한 고통을 기록한 책이다. 나는 마음에 드는 신생 출판사 「한티재」가 펴낸 책을 나오자마자 손에 넣고도 이제 펼쳤다. 극악한 돈벌레로 전락하여 죽음을 파는 원자력마피아(재벌, 정치가, 관료, 언론, 학계)를 짝사랑하며 막가파식 핵 발전을 찬양하는 이 땅의 현실에 애써 눈감았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 사고가 발생한 지 4년 6개월이 지났다. 스톡홀름 증후군(?) 정신질환을 심하게 앓아 죽음과 공포를 잊고 핵산업계의 언론 플레이에 놀아나며 애국과 민족을 연일 떠들어대는 이 땅 수많은 애국자(?)들의 극성은 핵발전소 개수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끔직한 현실을 자랑스러워할 지경이 되었다. 핵발전소 개수는 미국이 1위(104개), 프랑스가 2위(58개), 일본이 3위(54개), 러시아가 4위(32개) 그리고 한국이 5위(23개)다. 지금까지 세계의 핵발전소는 442개가 있었고, 이 가운데 6개가 폭발했다. 1979년 스리마일,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공통점은 원전개수가 많은 국가에서 터진 사건이었다. 한국은 2024년까지 원전을 증설하여 42개를 운영하여 세계 3위 ‘원자력 대국’(?)이 될 꿈에 부풀었다. 핵 전문가들은 핵 사고확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좁은 땅에 원전을 가득 채워 원전밀집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을 손꼽았다. 원전사고가 터질 확률이 27퍼센트다.

핵 발전은 무책임하다. 핵연료는 한번 넣으면 4년 동안 열을 낸다. 4년을 쓰고 난 것이 ‘사용후 핵연료’로 고준위핵폐기물인데 인간의 기술로 다룰 수 없는 악마의 영역이다. 10년 동안 찬물로 식힌 뒤 10만년 이상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되는데 말이 되는 소리인가. 10만년전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 출현한 시점이었다. 그리고 4만년 전에 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현재 임시저장소의 고준위폐기물을 포화상태다. 300년 동안 보관 관리해야 할 중저준위방폐장을 경주에 짓고 있다. 하지만 이 방폐장도 독이 든 술이다. 경주 방폐장 부지는 곡괭이로 팔 수 있는 5등급 암반이 절반이상이고, 지하수가 하루 5,000톤 이상  내부로 들어오며, 지하수 유속이 하루에 7.5미터이고 해수가 침투한다. 도대체 이것이 방폐장인가, 아니면 방사능을 지하수에 투기하는 짓인가.

한국은 정부 자체가 원전마피아다. 이 책은 그동안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퍼뜨린 핵 발전에 대한 환상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보여준다. 세계 에너지 산업 동향은 한국과 정반대였다. 세계의 핵 발전은 사양사업이었다. 후쿠시마 핵 사고이후 세계의 원전국가들은 탈핵을 선언하고 재생가능에너지 개발로 돌아섰다. 즉 ‘원자력 르네상스’는 한국 정부의 독자적(?) 구호였다. 주요 국가의 총 전기생산량 가운데 재생가능 발전 비율은 20%인데, 한국은 3%로 세계 최저였다. 여기에 쓰레기매립지 가스가 포함되어, 실제 2%도 되지 않았다. 도대체 조국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현대문명은 자신의 생존의 토대를 끊임없이 망가뜨려 온 파멸적 역사과정이다. 지구의 파멸을 막기 위해 전 세계는 두팔 걷고 나섰는데 한국의 짓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하룻강아지 꼴이다. 세계는 이미 탈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도 마땅히 동참해야 한다.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원전사고 확률을 0퍼센트로 낮추는 방법은 탈핵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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