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명작순례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눌와
신사임당 〈초충도〉∥ 허주 이징 〈난죽6곡병〉∥ 탄은 이정 〈풍죽도〉∥ 연담 김명국 〈달마도〉∥ 공재 윤두서 〈석공공석도〉∥ 겸재 정선 〈경교명승첩〉∥ 관아재 조영석 〈이 잡는 노승〉∥ 현재 심사정 〈딱따구리〉∥ 호생관 최북 〈풍설야귀인〉∥ 표암 강세황 〈자화상〉∥ 표암·단원 합작 〈송하도〉∥ 단원 김홍도 〈기로세련계도〉∥ 고송 이인문 〈강산무진도〉∥ 우봉 조희룡 〈홍매〉∥ 고람 전기 〈계산포무도〉∥ 북산 김수철 〈산수도〉∥ 일호 남계우 〈호접도〉∥ 오원 장승업 〈수리〉∥ 석파 이하응 〈석란도〉∥ 김관호 〈해질녘〉∥ 수화 김환기 〈항아리와 매화가지〉∥ 고려 사경 〈법화경 보탑도〉∥ 다산 정약용 〈매조도〉∥ 일월오봉도 ∥ 십장생도 ∥책가도
이 책은 조선의 대표 명작의 내력과 예술적 가치를 설명한 해설서다. 조선의 그림과 글씨, 왕실의 그림과 글씨 49점을 엄선하고, 여기에 동반되는 작품 100여점을 곁들여 책에 나오는 도록은 무려 150여점이 되었다. 옛 그림에 그런대로 관심을 가졌던 내 눈에 그중 익숙한 명작은 위의 26점이었다. 단순하게 그림과 글씨에 대한 설명이 아닌 저자의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렸다. 옛 그림과 글씨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것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또한 맛깔스런 고명으로 3개의 부록이 얹혀졌다. ‘연담, 허주, 공재의 그림을 비교 평가’한 조선의 문화평론가 남태응의 〈삼화가유평〉, 안평대군의 소장품에 붙인 신숙주의 〈화기〉와 저자가 즐겨 인용하는 문장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모으게 되나니’의 유한준의 〈석농화원〉 발문, 고려 후기 문신 안치민의 초상화에 얽힌 〈취수선생 초상화〉 찬문이다.
저자는 ‘명작은 문화 능력의 소산으로 전성기에 몰려나온다.’고 말했다. 그 시기가 12세기 소동파 시절의 송나라, 18세기 미켈란젤로 시절의 이탈리아, 18세기 단원 시절의 조선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천재는 문예부흥기에 출현하였다. 문인화가 관아재 조영석은 세조어진과 숙종어진 모사에 참여하라는 영조의 명을 어진을 그리는 것은 도화서 화원의 일이라 거부하면서 자신은 그저 그림을 즐길 뿐이라 변명했다. 머슴출신의 장승업은 문득 그림의 이치를 터득하여 졸지에 인기화가가 되자 의기양양하여 “단원, 혜원만 원園이냐, 나(吾)도 ‘원’이다”라며 호를 오원이라 했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스토리텔링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허주虛舟 이징李澄(1581 ~ ?)의 〈난죽6곡병蘭竹六曲屛〉에 얽힌 이야기였다. 그림의 원작은 강은 윤언직이 그린 〈난죽8곡병〉으로 병풍 각 폭에 정암 조광조가 오언절구를 지어 희대의 명물로 꼽혔는데 임진왜란 때 불타버렸다. 세월은 흘렀고, 조수륜· 김의원 두 늙은 선비가 정암의 시 8수중 7수를 완벽하게 기억했다. 이에 조광조의 증손며느리 유씨가 당대 최고의 화가 허주 이징에게 손수 비단을 짜서 난죽 그림을 받았다. 이징의 난죽도에 조수륜이 일곱 편의 조광조 복원 시를 써 넣었고, 한 폭에 동계 정온의 병풍의 유래에 대한 발문을 받았다. 그렇다. 이것이 조선 선비정신과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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