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지은이 : 서정홍
찍은이 : 최수연
펴낸곳 : 보리
내 손으로 // 농사지은 쌀로 // 정성껏 밥을 지어 // 천천히 씹어 먹으면 //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내가 가장 착해질 때’(88쪽)의 전문이다. 이 시를 접하고, 나는 2008년 〈나라말〉에서 나온 시인의 시집 「내가 가장 착해질 때」를 꺼냈다. 표제시(70쪽) 전문이다.
이랑을 만들고 // 흙을 만지며 // 씨를 뿌릴 때 //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철없는 농부의 글을 귀하게 여겨, 곱게 시집을 펴내 주신 보리 식구들과, 기꺼이 사진을 시집에 쓰게 해 주신 최수연 선생님, 지리산 넉넉한 품속에서 소나무처럼 살고 있는 박남준 시인께 고마움을 전합니다.’(150쪽) ‘시인의 말’의 한 구절이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75 시편과 최수연 사진 23 점과 시인의 말 ‘외로움에 지친 벗들에게’와 시인 박남준의 추천하는 말 ‘겸손하고 순정하여라 그대의 밥상이여’로 구성되었다.
산비탈 다랑이논 / 파 손질하는 할머니들 / 밭일마치고 동네로 돌아가는 흙길 위 할머니 두 분 / 베고 세운 들깨 단 / 학교 가는 들녘의 산골아이들 / 느티나무 노거수 / 손모 내는 노인네 / 포트 종자 파종 / 씨감자 / 호숫가 밭일하는 농부 부부 / 힘겹게 카트 끄는 도로변 할머니 / 탈곡한 수수알 / 고추밭 지주대 / 수확마친 다랑이논 세운 짚단 / 마을창고 앞 길 걷는 지팡이 쥔 할머니 / 눈보라 / 물안개 피는 산중 호수 / 들녘 농로 자전거 탄 할아버지 / 산밭 이랑 손질하는 할머니
시집에 실린 자연과 농촌 생활을 담은 사진작가 최수연의 작품들이다. 나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고민을 사진에 담아 낸 작가의 책 「논」과 「소」를 진즉에 잡았었다. 그리고 「논」에 글부조를 한 농부작가 최용탁을 알게 되었다. 나의 책읽기는 이렇게 만나고 있었다. 농부 시인 서정홍. 농부 작가 최용탁. 농촌을 사진에 담는 사진작가 최수연.
전에 내가 잡은 농부 시인의 책은 시집 「내가 가장 착해질 때」와 산문집 「농부 시인의 행복론」 이었다. 90년 안산 공단의 현장노동자 시절 구입한 「노동자문예운동」에 실린 시인의 짧은 글 ‘내가 글을 쓰게 된 까닭은’이 글을 통한 시인과의 첫 만남이었다. 2005년 시인은 마창노동자에서 황매산 기슭 작은 산골마을 농부로 존재 이전했다. 산골마을 농부의 삶 17년이 온전히 시집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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